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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우대 車보험 가입 '바늘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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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우대 車보험 가입 '바늘 구멍'

입력
2012.02.1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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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자동차보험이 만료되는 최모(43)씨는 최근 "17% 저렴하다"는 말에 서민우대자동차보험에 가입하려다 그만뒀다. 가족관계증명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배우자 무소득 사실증명원 등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은데다 실제 혜택도 별로 없기 때문. 그는 "따져보니 다이렉트 자동차보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2만~3만원 줄이겠다고 복잡한 신청절차를 거치느니 전화 한 통으로 가입이 가능한 다이렉트 보험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출시된 서민우대자동차보험 가입실적이 한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가입조건이 까다로운데 반해 실제 혜택은 별로 크지 않아 대폭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손보사들에게 상품 개발을 요구한 금융감독원은 "홍보가 잘 되면 좋아질 것"이라며 팔짱만 끼고 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이 지난해 3월 출시한 서민우대차보험 가입자수는 1월말 현재 2,500여명에 불과하다. 서민대상 최저가 보험이라며 저소득층 약 100만명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홍보했던 금감원으로서는 민망한 성적표다.

금감원은 작년 3월 이후 7개 손보사가 보험료를 8% 할인한 서민우대차보험을 출시한 뒤 실적이 1,000건에도 못 미칠 정도로 미미하자 9월 보험사에 할인폭을 추가로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손보사 12개사가 참여해 할인률을 17%까지 확대한 상품을 10월 출시했지만, 이후 현재까지 겨우 1,500여건 늘어나는데 그쳤다.

서민우대차보험이 저소득층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이유는 우선 가입조건이 까다롭고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1,600㏄ 이하 차량 ▦20세 미만인 자녀 ▦소득요건 등 자격이 너무 제한적이다. 또 이를 증명할 증빙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차량 연령이 8년이라 가입이 불허된 경우도 있고, 증빙서류를 준비하기가 버거워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간신히 요건을 갖추더라도 혜택이 큰 것도 아니다. 손보사들은 홍보하는 보험료 할인율은 저렴한 다이렉트 보험이 기준이 아니라 일반 설계사가 판매하는 보험이어서 체감 할인율이 훨씬 적다. 다이렉트 보험은 일반 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13~14% 정도 저렴하다. 서민우대차보험이 강조하는 17% 할인율과 불과 3~4%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금액으로는 1만~3만원 차이에 불과해 가입이 편리한 다이렉트 보험을 선택하는 서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업계 안팎에서는 차량 연령을 5~7년으로 낮추는 등 요건을 완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하지 않으면 서민우대차보험은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추가 대책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몰라서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많아 손보협회와 보험사 차원의 홍보를 독려하고 있다"며 "가입자의 자격검증은 필수적이라 절차를 간소화할 수는 없으며, 요건 완화는 홍보강화 효과가 없는 것이 확실해지면 차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홍보만 강화한다고 외면 받던 상품이 갑자기 팔릴 수는 없다"며 "금감원이 밀어붙이자 손보사들이 마지못해 상품을 내놓다 보니 부실한 상품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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