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는 최수만(47)씨는 지난해 10월 1억1,000만원에 살던 전셋집을 월세 25만원을 더 내는 조건으로 재계약을 했다. 3,000만원을 올리겠다는 집주인의 통보에 목돈이 없어 대안으로 보증부월세, 이른바 반(半)전세를 택한 것이다.
외국계 업체 회사원 김영민(38)씨는 지난해 가을 서초동의 전용 85㎡짜리 아파트를 6억3,000만원에 샀다. 원래 전세로 살던 집이었는데, 집주인이 주변 시세보다 1억원 가까이 싸게 급매물로 내놓아 계약한 것. 전셋값이 수천만원 이상씩 올라가는 상황이라 약간 무리해서라도 집을 장만하기로 한 것이다.
소득별 주거형태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와 전세난으로 주거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저소득층의 월세 거주는 증가한 반면, 고소득층은 월세는 줄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세나 자가 거주가 늘고 있다.
15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국토해양부의 2008~2010년 전국 소득계층별 주택점유형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소득 1~4분위)과 중소득층(소득 5~8분위)의 보증부월세 비율은 각각 5.28%, 3.71% 늘어난 반면 고소득층(소득 9~10분위)은 0.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가비율은 저소득층이 5.05%, 중소득층이 0.68% 줄었지만, 고소득층은 0.14%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전세비율 역시 저소득과 중소득층에선 감소했지만, 고소득층에선 0.96%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경우 자가 비율이 소득계층에 상관없이 일제히 줄어들었지만, 저소득층과 중소득층의 보증부 월세 증가율은 각각 5.4%와 4.56%로 높아졌다. 특히 수도권 중소득층의 경우 전세거주가 줄고(-4.03%) 월세(보증부월세ㆍ무보증월세ㆍ사글세)비율은 늘어나(0.06~4.56%) 중산층 주거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인성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전세 가격이 크게 뛰면서 목돈 마련이 어려운 중산층 이하 계층이 월세로 내몰리고 있다"며 "2010년 이후 여전히 전세 불안이 가시지 않아 현재의 소득계층별 양극화는 조사결과보다 심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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