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 전과정을 기록한 보고서 <선종_김수환 추기경> 이 나왔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 책과 함께 안동 의성김씨 학봉종택 14대 종손인 소운 김시인(1917~2008), 유림의 사표로 존경을 받은 화재 이우섭(1931~2007)의 삼년상 보고서를 동시 발간했다. 현대판 장례 의궤가 될 수 있도록, 모두 직접 참여 관찰해서 사진과 글로 생생하게 기록했다. 선종_김수환>
김 추기경 선종 보고서는 김 추기경의 운명부터 연도, 위령미사, 장례미사, 추도미사와 추모행사까지 50일간의 기록이다. 김 추기경의 장례식은 한국식 천주교 장례의 대표적 사례다. 예컨대 창 형식의 연도(위령기도)나 매장할 때 관 위에 올리는 명정(고인의 이름을 쓴 붉은 천)은 한국 천주교 장례에만 있는 것이고, 염습 방식과 입관 예절, 문상할 때 절을 하는 모습 등에도 한국 전통문화가 녹아 있다.
소운 김시인과 화재 이우섭의 삼년상 보고서는 요즘 보기 드문 삼년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감 있게 기록한 최초의 보고서다. 전통적인 유교식 상례를 예법에 따라 치른 것은 공통이되, 구체적인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소운 김시인 삼년상은 초종의(初終儀ㆍ운명할 때부터 부고를 내기까지의 절차)부터 길제(吉祭ㆍ삼년상을 마치는 제사)까지 3년에 걸쳐 유교식 상례 19개 절차를 소홀함 없이 치르면서도 의성김씨 학봉종택의 고유한 전통과 관습을 따랐다. 매장 후 신주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반곡(反哭) 행렬을 여자 상주들과 주부들이 대문 밖에 나가 맞이하고, 길제의 아헌관인 주부가 혼례복인 활옷을 입고 의례를 행함으로써 고인에 이어 새로운 종손 탄생을 알리는 것 등이 그것이다. 좋은 날을 받아서 하는 의례를 후손들이 참석하기 좋게 공휴일에 하는 등 현대 생활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 김해 전주이씨 집안의 화재 이우섭 삼년상은 철저히 교과서적으로 치러졌다. 유학의 대가였던 고인을 기려 유림장을 하면서, 이 집안에 내려오는 예법서 <사례편람> 과 <제례홀기> 를 옆에 두고 일일이 확인해서 진행했다. 화려한 꽃상여 대신 온통 하얀 상여를 쓴 것도 전통보다 예법을 따른 것이다. 고인이 그랬듯이 아들 4형제는 몸과 마음을 삼가며 삼년상을 지켰다. 맏상주인 큰 아들은 잠시 사업을 그만두고 3년간 매일 아침 저녁으로 부친의 산소에 성묘를 했고, 둘째 아들은 수염과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제례홀기> 사례편람>
이번에 발간된 장례 보고서 3권은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http://www.nfm.go.kr)에서 PDF 파일로 전문을 볼 수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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