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지나고도 영하의 추위는 여전하지만 오후 햇살이 시나브로 따사로워지는 요즘, 잔뜩 움츠렸던 연극 무대에 활기가 돌고 있다. 작품성과 대중적 인기가 입증된 명작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새로운 출연진과 함께 돌아온 명품 재공연을 놓치지 말자.
극단 실험극장과 명동예술극장이 공동 제작하는 연극 '고곤의 선물'이 23일부터 3월 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에쿠우스' '아마데우스'의 작가 피터 쉐퍼의 작품으로 2003년 국내 초연 후 2008, 2009년에 공연됐다. 2008년 공연 때는 주인공 에드워드 담슨 역의 정동환이 대한민국연극대상 남자연기상을 받았다.
한 천재 극작가의 죽음을 통해 예술과 인간의 본질을 묻는 작품으로, 특히 이번 공연은 새로운 배우들이 꾸리는 무대다. 줄곧 정동환이 맡았던 에드워드 담슨은 정원중이 연기한다. 헬렌 담슨 역은 김소희가, 필립 담슨 역은 이동준이 맡았다. 연출 구태환.
이어 3월 16일부터 4월 1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1984년 초연작 '봄날'은 2009년 공연 당시 전회 매진을 기록한 작품이다. 제30회 서울연극제 참가작으로 선보여 연출상(이성열)을 받았다. 2009년, 2011년에 이어 이번 공연도 절대 권력자인 아버지 역에는 원로배우 오현경이, 모성성을 대체하는 장남 역에는 이대연이 캐스팅됐다. 기존 출연진과 더불어 정 훈 김란희 등 극단 백수광부의 젊은 단원들이 새로운 앙상블을 만들어 낼 예정이다. 1644-2003
지난해 노배우 장민호, 백성희의 열연으로 감동을 자아냈던 '3월의 눈'(3월 3~18일 백성희장민호극장)도 새 얼굴들로 관객을 다시 찾는다. 재개발 열풍에 떠밀려 마지막 재산인 낡은 한옥을 떠나야 하는 노부부의 일상을 그린 작품. 이번 공연에는 TV와 영화에서 주로 활동해 온 배우 박근형이 오랜만에 출연한다. 1960년대 국립극단에서 함께 활동했던 백성희와 박근형이 만들어 낼 노부부의 모습이 기대를 모은다. 1992년 연극 '두 여자 두 남자' 이후 2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박근형은 "존경하는 백성희 '어머니'와 같이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며 "앞으로 언제든지 기회가 주어지면 모든 걸 털고 무대에 나설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근형-백성희, 오영수-박혜진이 번갈아 노부부를 연기한다. (02)3279-2233
26일까지 공연되는 '안티고네'(선돌극장)와 '철로'(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극단 백수광부의 '안티고네'는 2010년 공연으로 거의 모든 연극상의 신인상을 휩쓴 박완규가 다시 한번 에너지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극단 풍경의 10주년 기념작 '철로'는 2008년 서울연극제에서 연출상과 남자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작 데이비드 헤어, 연출 박정희. (02)889-3561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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