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이 떨어진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 일정을 앞당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마다 입장이 달라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현대 삼성 하나SK 롯데 비씨 등 카드사 최고경영자들이 최근 모인 자리에서 "수수료 개편 태스크포스(TF)에 실무급 대신 임원급을 투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책임자를 격상시켜 결재 단계를 줄이면 보다 빨리 결론에 도달할 것이란 희망이다. 정치권이 수수료를 정부가 정하도록 한 법 개정안을 내놓은데다, 자영업자들의 반발도 갈수록 거세지자 나온 대응책이다.
이강태 하나SK사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수수료 연구용역이 빨리 마무리될 수 있도록 각 사가 추진력 있는 임원급을 담당자로 정하자고 제안했고, 타사 사장들도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하나SK의 경우 전략기획실팀장에서 본부장으로 격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수수료 체계 개편작업은 그간 수수료 관련 불만 여론이 제기될 때마다, 카드업계가 "자발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내세우는 단골 대책이다. 지난해 말엔 올 2월에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으나, 미뤄져서 다음달 중에야 가맹점업계 등을 상대로 중간보고 형식의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여신금융협회가 주도하는 TF는 금융연구원(원가분석), 한국개발연구원(시장 영향 등 거시분야), 회계법인(해외 수수료 체계와 비교분석 등)이 용역을 맡고, 카드사는 각종 자료를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카드사는 이 사장의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법 개정안 통과 여부 결정이 코앞인데 이제 와서 뒤늦게 담당자를 임원급으로 격상한다고 원래 올 상반기로 예정된 연구용역 결과 발표가 얼마나 앞당겨질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이 다른 카드사의 반응을 확대 해석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결국 궁지에 몰린 카드사들의 초초한 심정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반영하듯 여신금융협회는 이날 "우대수수료(1.6~1.8%)를 적용 받는 가맹점이 전체의 71.5%(159만 곳)이고, 서민생활 밀접업종은 이미 83%가 인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내릴 만큼 내렸고 충분히 혜택이 돌아간 만큼 법 개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표명인 셈이다. 이에 대해 자영업자들은 "대기업과 계열사만 우대한 카드사들의 밥그릇 챙기기를 심판하기 위해서라도 개정안이 국회에서 마땅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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