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일본 대지진과 태국 홍수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엔고는 여전히 큰 공포로 느끼고 있습니다. 엔고를 대비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한국 부품 회사를 적극 활용해 보겠다는 것입니다."
14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KOTRA 주최로 열린 '자유무역협정(FTA) 비즈니스 플라자 2012' 행사장에서 만난 차도순(53) 아이신(AISIN) 북미 구매담당 이사는 도요타는 최근 '이이제이(以夷制夷)'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신은 일본 도요타의 1차 협력업체이자 세계적 자동차 부품 회사. 차 이사는 "도요타는 YF쏘나타 출시 후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현대ㆍ기아차를 의식하면서 그 안에 쓰인 한국 부품을 눈 여겨 봐 왔다"며 "FTA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도요타는 어떻게든 한국 부품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이날 행사에 일본 본사는 물론 북미 관계사들까지 모두 7개 회사의 2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다.
차 이사는 그러나 "도요타가 그렇다고 무작정 일본산 부품 대신 한국산을 쓰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100개 일본 협력 업체 중 1,2개 만 한국 회사로 바꿔도 긴장한 나머지 협력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는 등 움직일 것이며 도요타는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FTA로 한국 산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로 기존 거래선을 쉽게 끊는 회사는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바이어들도 한국이 FTA 체결로 섣불리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 계열이자 체코 최대 기업 스코다(SKODA) 폴 뵘 구매 책임자는 "(FTA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까다로운 유럽 회사들의 눈 높이에 맞은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그 동안 2개 한국 회사와 거래를 했지만 현지 바이어와 의사 소통이나 문화 이해 등에 대한 노력은 부족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400개 넘는 해외 바이어들 상당수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가격 협상을 진행했을 뿐 섣불리 한국 제품을 살 분위기는 아니었다. 미국의 청바지 회사 게스(GUESS)도 그 중 하나. 게스는 사상 처음으로 미 로스앤젤레스(LA) 본사와 홍콩 등에서 대규모 인원을 처음 한국으로 보냈다. KOTRA 관계자는 "그 동안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팔았지만 FTA를 계기로 한국 회사로부터 원단을 제공 받거나 제품 제작을 의뢰하기 위해 찾았다"고 설명했다.
게스와 상담을 한 A기업 관계자는 그러나 "품질이야 예전부터 한국 제품이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도 FTA로 가격 면에서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 지 계산기를 두드려 가며 구체적으로 진행했다"며 "관세가 없어졌으니 가격을 더 내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데이터를 가지고 나와 당황했다"고 전했다. 그는 "FTA로 많은 것을 얻으려면 준비도 과거보다 몇 배 이상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고양=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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