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방이랑 룸카페는 똑같은 건데? 커플들이 둘 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나 친구들끼리 놀 때 주로 가요."
중학교를 갓 졸업한 김모(17)양은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친구들과 룸카페 파티를 열었다.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데다 몰래 술을 숨겨 룸으로 들어가는 것만 성공하면 아무런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가끔 창문이 있는 곳이 있긴 한데 그것마저도 가려져 있어 밖에선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어른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룸카페는 밀폐된 작은 방에서 PC 게임, 영화 감상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사실상 멀티방과 동일하다. 하지만 단속의 강도가 다르다.
정부는 청소년 탈선 장소라는 지적을 받아온 멀티방에 대해선 6월부터 미성년자 출입을 전면 금지했지만 닮은 꼴인 룸카페는 방치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7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 멀티방 단속에 칼을 빼 들었지만 룸카페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는 것.
문광부는 룸카페가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신고돼 있기 때문에 관할 구청이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구청은 단속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실제 서울 시내 룸카페는 단속의 사각지대에서 성업 중이었다. 서울 종로의 한 룸카페. 폭이 좁은 통로 양쪽에 4㎡(1.2평)규모의 방이 20개 가까이 늘어서 있었고 방마다 손님이 가득했다. 내부에는 TV, 컴퓨터가 설치돼 있고 바닥에는 매트리스나 침대용 소파가 구비돼 있다. 커튼을 치거나 문을 닫으면 방은 외부로부터 완벽히 독립된 공간이 된다.
하지만 청소년 출입 시간 제한이나 주류 판매 여부는 사업주 멋대로다.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A룸카페 직원에게 "자정 넘어서도 청소년 단체 손님을 받느냐"고 묻자 "당연하다.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서둘러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답했다. 서울 서초구 B룸카페 직원은 "가게에서 술을 팔지는 않지만 밖에서 사가지고 오면 된다"고 말했다.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많은 데다 7,000원(2시간 내외)만 내면 그 시간 내 어떤 간섭도 없다. 때문에 일부 청소년들은 룸카페를 '미성년자의 모텔'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문광부 관계자는"실태조사를 했지만 룸카페는 영업 형태가 음식점이다 보니 해당 구청이나 경찰이 단속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멀티방은 개정 법에 따라 6월부터 룸카페와 달리'복합영상물제공업'으로 등록해야 하고 규제도 받는다.
관할 구청은 룸카페 실태 파악을 못하고 손을 놓은 상황이었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식품위생법 상 일반음식점은 업소 내 객실을 설치할 때 잠금장치만 없으면 되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룸카페가 불법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관련 법률의 미비점을 꼬집었다.
이유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청소년 탈선이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며 "영업 성격이 동일하면 동일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청소년 보호법을 중심으로 법률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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