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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재정위기 유럽기업 '헐값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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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재정위기 유럽기업 '헐값 쇼핑'

입력
2012.02.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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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유럽기업을 상대로 헐값 쇼핑에 나서고 있다.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알짜 유럽 기업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자, 중국과 일본기업들이 거침없이 삼키고 있는 것. 중국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일본기업들은 엔고탈출을 위해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현지시간) 지난해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 총액이 680억달러로 전년보다 8억달러 줄었지만, 유럽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41억 달러 늘어난 104억달러에 달했다고 중국과 프랑스에 거점을 둔 사모회사 A캐피털의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다. 중국기업의 전체 해외 인수합병(M&A) 가운데 34%가 유럽에서 진행됐다.

금액이 커진 만큼 투자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영기업 주도로 광업이나 에너지 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에서 벗어나 IT, 식품, 패션 등 고급 브랜드와 첨단 기술을 매입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 M&A에서 자원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1%로 전년보다 10%포인트 감소했다.

중국 최대 민영기업인 푸싱그룹은 2010년 프랑스의 세계적 리조트업체 클럽메드 지분을 10% 확보했고, 지난해에는 재정위기 진원지인 그리스의 액세서리 브랜드 폴리폴리의 지분을 10% 인수했다. 중국 국영 화학업체 란싱그룹도 전 세계 금속실리콘 생산의 15%를 차지하는 노르웨이의 엘켐을 23억5,000만달러를 들여 차지했다. 중국 태양광 업체 LDK솔라도 1분기 내로 독일 태양광업체 선웨이스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중국이 유럽 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수익악화에 시달리는 유럽 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임으로써 해외선진 기업들의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단숨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 또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의 투자대상을 다양화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의 무차별 기업쇼핑이 이어지자 유럽 내에서도 찬반 양론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현금동원력이 있는 유일한 곳이 중국인 만큼 자금난에 허덕이는 유럽기업들로선 중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중국이 기술을 빼가기 위해 유럽 기업들을 인수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기업들도 유럽 기업 사냥에 가세하고 있다. 엔고(高)로 국내 생산은 점점 힘들어지고 대신 해외 구매력은 높아졌기 때문에, 일본 정부 역시 이번 엔고를 해외자원 확보와 투자의 지릿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기업들의 해외 M&A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조사회사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해외 M&A는 609건, 684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중 가장 큰 규모는 다케다제약이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사 나이코메드를 약 140억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올 들어서도 '빅딜'행진은 계속돼 일본 2위 은행인 미쓰이스미모토 파이낸셜그룹이 영국 대형 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로부터 항공기 임대 자회사 RBS에이비에이션캐피털을 72억달러에 인수키로 하고 올 상반기 중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풍부한 자금을 보유한 일본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을 찾기 위해 해외 M&A를 확대할 것"이라며 "특히 자산매각을 서두르는 유럽 은행 인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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