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자신과 송민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미측 제안을 수용하기 위하여 막대한 노력을 쏟아 부었으나 이임하는 환경부 장관이 멈칫거렸다고 상기했다."(2006년 4월22일ㆍ주한 미대사관 외교전문)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미국 정부는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국방부는 건설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전적으로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하였다."(2006년 5월30일ㆍ주한 미대사관 외교전문)
국방ㆍ외교라인의 고위관료들이 2000년대 중반 진행된 미군기지 반환협상에서 안보논리를 앞세워 사실상 환경주권을 포기한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녹색연합의 '반환 미군기지 환경협상의 진실'보고서에 따르면 2006~2009년 진행된 반환미군기지 협상에서 반기문 외교부 장관, 윤광웅 국방부 장관 등 국방ㆍ외교라인의 고위 관료들이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미국이 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을 물도록 해야 한다"는 환경부측의 주장을 무마하고 미측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환경부는 국내 환경법에 따라 미군기지의 오염여부를 판단하고 미국측에 비용을 부담시키고자 했으나 이런 주장은 관철되지 않았고 한국정부가 오염정화비용의 대부분을 부담시키는 방식으로 협상이 매듭지어졌다. 이 보고서는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의 비밀 외교전문 17건을 분석한 것이다.
협상의 고비는 반환대상 미군기지 15곳 중 14곳이 국내오염기준을 초과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폭로돼 사회적 관심이 고조된 2006년 초반이다. 그 해 1월초 미국측은 한국법이 아닌 주한미군사령관의 오염기준에 따라 정화치유를 책임지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최후통첩(라포트 제안)을 보냈다. 이에 대해 반 장관과 윤 장관은 미군측 주장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외교전문에 기록됐다. 협상 결과는 그대로였다. 미국측이 "어떤 오염이든 미측 정부가 정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하자 권안도 국방부 정책본부장은 "그것은 대한민국정부가 정화를 할 것"이라고 국익에 반할 수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야당과 환경단체들이 관련 한미SOFA 문건공개를 요구하는 압력이 높아지던 2007년 5월 조병세 외교부 북미국장은 "미측의 동의 없이 문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국의 확고한 정책"이라고 미국측을 안심시켰다.
송민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당시 상황이 급박했고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해명했다.
정인철 녹색연합 평화행동국장은 "협상 실패의 원인이 미국측에 동조한 국방ㆍ외교라인때문이라는 것이 명백해진 만큼 지금이라도 책임규명과 협상당사자들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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