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42) 서울북부지법 판사의 재임용 탈락 사태를 계기로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판사회의 개최 움직임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비공개 원칙 하에 이뤄지는 현행 법관 근무평정 및 재임용 심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선 판사들의 목소리가 집단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은 법관 근무평정과 연임심사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7일 오후 4시30분 단독판사 회의를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중앙지법 관계자는 "단독판사 총원 127명 중 83명이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단독판사란 재판장과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된 합의부와 달리 혼자서 판결하는 판사를 뜻하며, 경력 10년 안팎의 법관들이 주로 맡는다.
서울남부지법도 단독판사 38명 중 절반 이상의 인원이 회의소집을 요구해 17일 오후 4시 판사회의를 열기로 했다. 또, 수원지법도 단독판사 46명 가운데 25명 안팎의 요구로 21일 오후 단독판사를 갖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법원들은 모두 "근무평정 및 연임심사의 문제점이 회의 안건으로, 서기호 판사 개인의 구명은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회의 도중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 문제가 즉석발제 형식으로 거론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서부지법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판사회의 소집을 요구한 데 이어, 이날 전국 최대규모의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등 3곳까지 가세함에 따라 향후 타 법원들에서도 판사회의 개최 가능성이 높아졌다. 판사들의 요구에 따른 판사회의 개최는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논란으로 2009년 초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재직 판사 5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땐 법원장은 지체 없이 판사회의를 열어야 한다.
이와 관련, 박삼봉 서울북부지법원장이 판사회의 소집을 주도하는 단독판사 2, 3명을 각각 불러 우려를 표명하고 신중한 처신을 당부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법에 보장된 판사회의의 개최를 법원장이 막고자 '압박'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법원장은 이화용 공보판사를 통해 "서 판사의 소속 법원인 우리가 판사회의 소집에 앞장서면 우리 법원 근무평정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 있어 자제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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