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환경영향 평가절차서 도입으로 한미간 반환기지 환경협상이 마무리된 후 가장 큰 문제는 정화비용 문제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미국측은 기지 반환 이전에 발생한 오염에 대해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반환 이후는 한국 정부의 책임이다. 하지만 미군측이 이미 정화했다고 주장하는데도 오염이 발견되는 경우 등 비용부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2003년 한미 정상이 용산기지와 경기 북부의 미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한 이후 반환이 확정된 미군기지는 모두 80곳이다. 지난해 말까지 반환된 기지가 총 48곳으로 이중 52%인 25곳이 국내 오염기준을 초과해 국방부, 국토해양부 등이 정화작업을 하고 있다. 2007년 국회청문회 당시 국방부는 정화대상기지 17곳의 정화비용으로 1,197억원(국방부 몫)이 들 것이라고 답변했으나 지난해까지 1,72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예상치 못한 정화비용이 소요되는 대표적 사례가 2001년 서울 용산기지로부터 유류 유출사고가 났던 녹사평역 일대다. 이 일대 실태조사와 지하수 정화작업에 지난 10년간 30억4,000여만원이 소요됐다. 또 서울 남영동 캠프 킴 주변의 지하수 정화작업에도 지난 4년간 5억2,000만원이 들었다. 올해도 두 곳에 대해 5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하지만 미군은 2006년 기지 내 오염원을 모두 정화했다는 이유로 비용부담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투입한 반환기지 정화비용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6년 용산기지가 이전할 때까지 한국 정부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예산투입을 계속해야 할 처지다.
남은 반환기지는 용산기지를 포함해 모두 32곳. 한국 정부는 올해부터 기지별로 구체적인 일정과 절차 등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반환기지 환경정화절차가 개선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정부의 환경법령과 기준을 존중'하겠다는 한미SOFA의 환경조항을 엄격히 적용해, 한국의 환경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조사기간 150일도 너무 짧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군기지를 폐쇄할 경우 국기지폐쇄재배치법에 따라 6년 이내에 환경조사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협상과정이 아쉬운 대목이다.
채영근 인하대 법학과(환경법) 교수는 "미국은 한국에서 국내법을 '존중'하겠다는 한미SOFA의 환경조항을 무시하지만, 독일과의 협정에서는 독일법을 준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한미SOFA 본문에 미군의 야기한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기지반환 이후에도 배상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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