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홍천군에 조성 중인 한 골프장에 대한 환경실태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실조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환경훼손 논란이 불거진 강원도내 8개 골프장에 대해 재조사 요구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강원도 골프장 민관협의회는 14일 "원하레저가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에 조성 중인 '마운트 나인 골프장'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 업체측이 2009년과 2011년 제출한 어류, 포유류, 식물 등 3개 분야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 또는 부실하게 작성됐다"고 밝혔다.
민관협의회의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15일부터 올 1월5일까지 구만리 예정부지 140만㎡(424만평)를 대상으로 민관협의회원, 지역주민, 해당 골프장 사업자가 참여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골프장 예정부지 내에서 그 동안 업체측이 존재를 부정했던 둑중개 14마리의 서식이 확인됐다. 둑중개는 주로 하천 바닥 돌 밑에 서식하는 토종 민물고기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보존대책이 없을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 동식물) 어류다. 또 같은 멸종위기종 2급인 쇠족제비의 존재가 새롭게 밝혀졌고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 희귀동물도 골프장 예정부지에 광범위하게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생 유형도 업체가 주장한 14개보다 많은 37개로 파악됐고, 개느삼과 백부자, 삼지구엽초를 비롯한 법적보호종이 발견되는 등 현장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승현 위원은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업체를 직접 선정해 짜맞추기 식으로 조사가 진행된 의구심이 짙다"면서 "환경문제로 민원이 발생한 강원도내 골프장들의 환경영향평가도 구만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민관협의회는 해당 골프장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실시하고 상황이 심각할 경우 도지사에게 인허가 직권취소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홍천 동막리ㆍ두미리ㆍ갈마곡리 등 나머지 8개 골프장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재조사 요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사업자인 원하레저 관계자는 "계절에 따라 식생조사 결과가 다를 수 있으며 삵 등 야생동물은 활동반경이 넓어 일부지역에서 발견됐다고 서식을 단정할 수는 없다"며 "공사중지가 장기화 되면 인허가권자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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