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의회의 추가 긴축안 승인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의 2차 구제금융이 집행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은 자금 줄을 쥔 독일 정부가 다음달 초나 돼야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집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14일 보도했다. 그리스 의회가 2차 구제금융 선결 조건인 추가 긴축안을 승인하면 구제금융 집행이 2월 말 이뤄질 것이라는 당초 예측을 빗나간 것이다. 독일 정부는 그리스 정부의 추가 긴축안 승인은 환영할 만하지만 은행과 펀드투자자 등의 그리스 채권 손실 감수 여부 등을 감안해 독일 의회의 승인을 거쳐 다음달 초 2차 구제금융 집행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 정부의 미적지근한 반응은 과거 그리스가 1차 구제금융을 받으며 약속한 조치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생긴 불신 때문이다. 독일은 4월 그리스 총선 이후 새 정부가 긴축안을 제대로 실행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의회의 승인 결정은 환영할만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긴축안의 이행"이라고 그리스를 압박했다. 필립 뢰슬러 독일 경제장관은 공영방송 ARD TV와의 인터뷰에서 "긴축안은 필요한 것이지만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독일 의회의 승인을 얻는데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며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의 공식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스가 EU가 제시한 채무율 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트로이카와 그리스 정부는 개혁조치 이행으로 2020년까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60%에 달하는 채무율을 120%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현재 추이라면 2020년 그리스 정부 부채는 GDP의 128%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런던 캐피털 이코노믹스 벤 메이 유럽 분석가는 이 같은 독일의 태도가 "독일이 앞으로 몇 주를 그리스가 더 움직이도록 압박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노동계와 국민의 격렬한 반대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그리스 국민의 긴축안 반대 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사회당 대선 후보는 "그리스에 대한 EU의 조치가 너무 가혹하다"며 "오히려 성장동력을 앗아가 그리스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스 정부가 독일 등을 안심시키려면 15일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그리스 양대 정당의 추가 긴축안 이행각서를 제출해야 한다. 독일 의회 표결은 27일 이뤄진다. 트로이카는 2차 구제금융 1,300억유로를 집행하더라도 정기적인 이행실적을 평가해 나눠 지급할 계획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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