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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파문 확산/ '성역' 같았던 프로야구도 승부조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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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파문 확산/ '성역' 같았던 프로야구도 승부조작 의혹

입력
2012.02.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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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을 매수하지 않는 한 승부 조작의 '성역'으로 여겨졌던 프로야구계가 서울 연고구단 선발 투수 2명이 경기 조작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검찰 수사를 주시하고 있다.

14일 대구지검 강력부에 따르면 구속된 프로배구 승부조작 관련 브로커 강모(29)씨가 "프로야구 경기에서도 '첫 이닝 고의사구'등을 놓고 현역 투수 2명과 모종의 거래를 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해당 선수가 소속된 구단은 곧바로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 구단 관계자는 "한 선수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서 "만의 하나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중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구단은 소식을 접한 뒤 지난해 정규시즌 경지 일지를 보고 '첫이닝 고의사구' 숫자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으나, 이것만으로는 조작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프로야구 구단과 투수가 지목되면서 경기조작 실체가 드러나자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엄밀히 말해 '승부'조작은 아니지만'검은 거래'의 실체가 확인됨에 따라 700만 관중 시대를 눈 앞에 둔 프로야구는 다른 어떤 종목보다 심각한 후폭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축구와 프로배구에서 연이어 승부 조작 파문이 터질 때만 해도 프로야구는 '남의 일'로 생각했다. 복잡 다양한 룰, 방대한 경우의 수와 변수, 그리고 장비를 가지고 하는 종목의 특성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로커 강모씨가 구체적으로 밝힌 경기조작은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었다. 가령 '첫 볼넷 선수'는 포수, 타자와 관계 없이 투수 한 명만 포섭을 해도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가 특정 타자를 골라 작심하고 고의4구성 공을 던진다면 아무리 선구안이 좋지 않은 타자라도 걸어나갈 가능성이 크다.이효봉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4일 "선발투수를 포섭해 고의적으로 볼넷을 내 주는 방법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았겠나. 설마 했던 야구에서도 실체가 드러나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해당 선수가 소속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상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KBO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경기 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을 기소하고 재판에서 혐의가 확정된다면 프로축구, 프로배구에 내린 징계를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기조작 가담자는 영구제명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KBO는 금명간 도박ㆍ승부조작과 관련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처음 불거졌지만 미국, 일본, 대만은 이미 승부 조작으로 진통을 겪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주축 선수 8명이 도박사와 연루돼 경기를 고의로 패배했던 사건이 있었다. 1989년에는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안타(4,256안타) 기록 보유자인 피트 로즈가 자신이 감독을 맡고 있던 신시내티를 두고 도박을 한 사실이 드러나 영구 제명 당했다.

대만은 불법도박과 관련된 승부조작 사건이 네 번이나 터지면서 프로야구판이 황폐화됐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 1969년부터 1971년까지 야쿠자와 관련된 선수들이 경기를 조작해 야구계에서 추방당한 일이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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