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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불법체류 신세 '인권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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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불법체류 신세 '인권 없는 아이들'

입력
2012.02.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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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 만이라도 국적을 얻게 할 수 있을까요?”

지난해 10월 말 인천 중구 율곡동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에 베트남 여성 남푸엉(38)씨가 찾아와 도움을 호소했다. 2009년 입국한 그는 현재 불법체류자다. 가짜 한국인 남편을 앞세워 서류상으로만 혼인한 것으로 꾸며 들어온 경우다. 그러나 1년 뒤 ‘서류상 남편’의 위장결혼 사실이 들통 났고 그때부터 남푸엉의 결혼이주 비자(F2)도 갱신되지 않아 불법체류 신세가 됐다.

게다가 지금 남푸엉씨는 홀몸이 아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역시 불법체류 중이었던 베트남 남자를 만났고 아들 둘을 낳았다. 남푸엉씨는 “내 아이들이 합법적으로 자라도록 하고 싶다”며 “또다시 한국 남성과 가짜 결혼이라도 할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이 센터에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불법체류 부부들이 적지 않다. 서광석 센터장은 “일주일에 한번 꼴로 자녀가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불법체류자들의 상담이 들어온다”며 “불법체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줄잡아 1만명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런 불법체류 부부들을 노려 돈을 받고 거짓 출생신고를 해주는 전문 브로커들도 생겨났다. 가짜 한국인 부모를 만들어 한국국적을 얻도록 하는 수법이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4일 베트남 불법체류자들이 낳은 자녀의 출생서류를 위조해 한국국적을 얻게 한 뒤 본국으로 출국시킨 혐의(공전자 기록 등 불실기재)로 이모(40)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출산한 것으로 허위 출생증명서를 작성해 준 산부인과 병원장 김모(46)씨와 부모 명의를 빌려준 택시기사 김모(54)씨 등 ‘위장부모’, 가짜 출생신고 보증인 등 25명도 함께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브로커들은 불법체류 여성들로부터 아이 1명당 600만원씩 총 1억800만원을 받고 신생아 18명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했다”며 “위장부모가 위조 출생증명서를 동사무소ㆍ구청에 제출해 출생 신고하게 하는 등의 방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한국 국적을 얻은 신생아들은 모두 베트남의 가족 등에게 보내진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체류자는 그들의 자녀도 불법체류 신분이라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에서 소외되기 때문에 본국의 가족에게 맡기려는 경우가 많다”며 “여권을 발급 받으려면 국적이 필요하니 이런 방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청과 출입국관리소 등은 이처럼 신생아들이 불법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해 베트남으로 보내진 뒤 입국하지 않은 사례가 2008년 1월부터 2010년 말까지 3,000여건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조직팀장은 “비자 갱신이 안된 미등록 체류자나 비자 기간이 만료된 초과 등록자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의 경우 몇 명인지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이들의 인권을 보호할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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