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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립생태원은 국가가 관리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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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립생태원은 국가가 관리하는 게 맞다

입력
2012.02.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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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은 인간을 포함해 모든 생물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생태학자는 인간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자연의 체계를 밝히고 기능을 탐구하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 생태학자들은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 전망이 어두울 때는 지혜로운 삶의 전략을 제시한다. 일찍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를 생태학의 시대로 언급한 바 있다.

생태학의 주요 연구대상인 자연이 발휘하는 기능을 통해 이루어내는 쾌적한 환경, 맑은 물, 아름다운 경치 등은 모든 국민이 공유하는 공공재이다. 그런데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직접적 효과가 미약해 소중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효율과 직접적 경제가치만을 잣대로 삼아 자연을 평가하고 자연이 제공하는 혜택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세계의 최근 동향을 보면, 자연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생태계 서비스 기능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이 발휘하는 기능을 환경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음달에 일본에서 개최되는 동아시아생태학대회와 10월에 미국에서 열리는 에코서밋의 주제가 공히 생태계 서비스 기능으로 정해진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재평가된 결과에서 자연의 기능이 발휘하는 생태계 서비스 가치는 전 세계 GNP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세계의 모든 국가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연의 보전과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가 제정한 자연환경보전법과 야생동식물보호법을 통해 자연환경의 공공성을 밝히고 그 이용은 공익을 위해 그리고 지속가능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생태 관련 각종 법규는 공유자원인 생태계의 조사, 분석, 보전 및 복원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해 정부가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생태원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자원인 자연과 그것이 발휘하는 생태계서비스기능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한 국립생태원은 국내법과 국제협약을 통해 국가의무로 주어지는 생태계 조사,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변화에 기인한 생태계 변화 예측 및 적응, 그리고 훼손된 생태계 복원에 대한 연구와 이러한 연구를 통해 수집되는 생태정보를 활용한 체험중심의 생태교육을 실행해 지구환경시대를 선도하는 선진녹색시민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업무는 공유자원인 환경의 바탕이 되는 개념과 원리를 다루는 것으로서 제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토대가 되며, 환경을 건전하게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요구되는 기본적 지침을 제공한다. 환경은 그것을 이루는 모든 구성원이 상호작용해 이루어내는 통합된 실체이다. 따라서 그것을 이루는 구성원은 홀로 기능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시스템으로 작용한다. 인간환경 또한 마찬가지다. 더구나 그것은 자연환경과 독립해서는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환경의 보전과 관리는 이러한 체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체계적이며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각각 국립야생생물청, 자연환경연구평의회, 국립환경연구소 등이 중심이 되어 국가 주도로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러한 업무를 과학적이고 통합적으로 다루는 국가기관이 없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를 대상으로 복잡한 국제관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전문기관도 없다. 이런 점에서 국가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 건전한 국토환경을 보전하고 국제관계에서 국가의 위상에 어울리는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국가기관으로서 국립생태원의 태동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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