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연루된 부패사건 처리와 관련, 사법부와 갈등을 빚어온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가 기소됐다. 파키스탄에서 현직 총리가 기소된 것은 처음이다.
13일 AF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대법원은 이날 길라니 총리를 법정으로 소환한 자리에서 법무장관에게 길라니 총리 기소를 명령했다. 대법원의 명령에 따라 법무부는 길라니 총리에 대한 공소장을 16일까지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길라니 총리의 혐의는 법정모독죄. 그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의 돈세탁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이 행정부에 내린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인 자르다리 대통령은 1990년대 비자금 1,200만달러를 스위스은행을 통해 세탁한 의혹을 받아왔는데 2009년 대법원은 스위스 수사당국에 관련 수사를 요청하라고 행정부에 명령했다.
그러나 길라니 총리는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이유로 명령을 계속 거부했고 마침내 대법원이 길라니 총리의 기소를 명령한 것이다. AFP통신은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6개월의 징역형을 받는 것은 물론 의원직을 잃어 총리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전했다.
사법부의 압박은 길라니 행정부가 군부와 갈등을 빚어왔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파키스탄에서 사법부는 전통적으로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는데, 군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길라니 총리에게 위협을 느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는 대신 사법부의 힘을 빌어 길라니 총리를 제거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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