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 사는 직장인 황모(36)씨는 지난 12일 부산의 혼다 전시장을 찾았다. 그는 8일 홈쇼핑에서 특집 방송을 한 혼다의 하이브리드카 '인사이트'를 사려고 가계약금 10만원을 입금했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을 받지 못한 터였다.
황씨는 그런데 전시장 직원으로 뜻밖의 말을 들었다. 확보한 차량이 150대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홈쇼핑 방송을 진행하다 보니 시승을 못할 가능성이 높아, 차라리 10만원을 돌려달라고 하는 게 빠를 것이라는 것. 황씨는 "안 팔리는 차를 가격만 크게 낮춰 눈길 한 번 끌어보겠다는 식의 꼼수 아니고 무엇이냐"며 어이 없어 했다.
홈쇼핑으로 하이브리드카 '인사이트'판매에 나섰던 혼다코리아가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8일 밤 70분 동안 CJ오쇼핑을 통해 '인사이트'를 2,350만원에 파는 특집 방송을 진행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세계적으로 80만대 이상 팔리며 대표적 하이브리드카로 꼽히는 인사이트를 오프라인 매장보다 550만원이나 싸게 판다는 선전에 무려 2,700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가계약을 맺었다.
이는 혼다코리아가 예상했던 1,000명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 CJ오쇼핑 관계자는 "보통 자동차는 오프라인 보다 300~400만원 정도 싸게 내놓는데 550만원 할인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가계약 한 고객 상당수는 황씨처럼 시승 기회조차 못 잡을 처지다. 보통 홈쇼핑을 통한 자동차 판매는 방송을 본 소비자들이 가계약을 맺고, 10만원을 입금하면 자동차를 직접 타보고 나서 최종 계약여부를 결정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계약을 하지 않으면 10만원은 돌려받는다.
그런데 혼다가 확보한 물량은 150대 안팎인데 무려 2,700명이 몰렸으니 시승기회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이 됐다. 현재 인터넷 게시판에는 혼다코리아를 질타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재고로 쌓인 자동차를 '땡처리'하기 위해 눈 속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사이트는 지난해 221대 판매에 그쳤고, 올 1월에도 고작 9대 팔렸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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