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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의결위원 사퇴/ "재벌 지배구조에 또 침묵" 국민연금 거수기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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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의결위원 사퇴/ "재벌 지배구조에 또 침묵" 국민연금 거수기 논란 재점화

입력
2012.02.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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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연금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금융기관에서 대주주 위치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어서, 항상 '거수기' 비판을 받아왔던 터. 기소상태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하이닉스 반도체 사내이사 선임과정에서 '중립'의견을 내고, 이에 반발해 의결권행사전문위원 2명이 사퇴하는 사태가 빚어지자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사실 국민연금측은 '중립'의견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 독립된 위원회의 표결을 거쳐 찬반 동수(3대3)가 나왔고, 그에 따라 중립의견을 냈는데 이것을 '재벌 봐주기'로 규정하는 건 '오버'라는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위원회는 원래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표결에서 반대의견이 많이 나왔는데도 중립의견을 제출했다면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만 찬반 동수라 중립을 의견을 낸 것이 왜 재벌 봐주기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국거래소가 최근 늑장 공시한 한화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과 연결시켜, 국민연금의 이번 태도도 사실상의 '재벌 편들기'로 규정하고 있다. 사퇴한 2명의 위원들도 국민연금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국민연금을 상대로 집단소송추진의사를 밝힌 서정욱 변호사는 "중립의견에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둘러싼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 투자한 자금은 약 70조원.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곳은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현대모비스 LG화학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포함해 무려 170여개이며, KB금융지주 하이닉스 KT 등에선 최대주주 지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국민연금은 주총 안건 2,770건 가운데 152건(5.5%)에 대해서만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때문에 작년 4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이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견제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해외에선 연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제도화되어 있으며, 기업들의 경영독단을 막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연금기금(CalPERS)과 일본의 무라카미 펀드등은 기업지배구조 프로그램까지 실시하며 적극적으로 기업경영에 간여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하이닉스 주총에서 국내 기관 투자자 중 누구도 반대의사를 내지 않았다"며 "재벌 지배구조 문제에 아무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기업 투명성에 앞서 정부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는 '관치'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전경련 관계자는 "만약 정치논리가 개입된다면 기업 경영안정에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하이닉스건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는 필요하며, 재벌지배구조개혁의 핵심 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은정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도 "지금 상태로는 국민연금이 기업견제를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정부로부터 완전 독립된 기금운용기구를 설치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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