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이 13일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 "유구무언의 송구한 심정으로 이번 사건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지고 가겠다"고 말한 뒤 국회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한종태 국회 대변인을 통해 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지 나흘 만이다.
박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당대회는 일종의 집안 잔치 분위기로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난 여러 관행이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을 모아야 하므로 다소 비용이 든 것도 사실"이라며"그러나 세상이 바뀌었고 관행이란 이름으로 그런 것이 진행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떠나는 마당에 누구를 탓하겠느냐. 모든 것은 제 탓"이라며 굴원의 초사 어부편에 있는 '창랑자취(滄浪自取ㆍ칭찬이나 비난 모두 자기가 할 탓)'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그는 이어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 당시 나를 도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돈 봉투 사건에 대해 모른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때는 솔직히 몰랐다"며 "수사가 진행되고 귀국 이후 관계자들 얘기를 들으며 알게 돼 사의를 표명했다"고 답했다. 박 의장은 1988년 민주정의당 공천으로 13대 총선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지 24년 만에 정계를 떠나게 됐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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