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은 무슨… 잘 됐어요. 어서 집수리를 해서 그 동안 제대로 못 받은 전셋값이나 올려야겠어요. 옆집도 함께 올리기로 했어요."
13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16구역에서 만난 이모(54)씨는 뉴타운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접었다며 이처럼 말했다. 2007년 재정비촉진구역 이른바 뉴타운으로 묶이면서 이씨는 철거걱정에 전전긍긍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 구역은 현재까지 조합조차 구성되지 않아 뉴타운 해제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씨는 "이 동네 집들은 새로 지어야 할 정도로 노후한 것도 아니고 도로 등 주변환경도 좋은 편"이라며 "뉴타운 지정 후 언제 집을 비워줘야 할지 몰라 세입자에게 '바로 퇴거한다'는 특약조항을 넣는 대신 싼 값에 전세계약을 해왔는데, 이젠 몇 천만원을 올려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뿐만 아니라 이 일대 집주인들은 전ㆍ월세가를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ㆍ재개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불안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전ㆍ월세시장에 뉴타운이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했다. 뉴타운 지역은 공사기간을 예단하기 어려워 집 주인들은 세입자에게 '계약 만료 전 퇴거'를 조건으로 시세보다 싸게 집을 제공해왔다. 실제 한남뉴타운, 창신뉴타운 등서 59㎡ 주택 전세금은 6,000만~9,000만원 선에 불과하다. 뉴타운 지역이 서울에서 저렴한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 역할을 했던 셈이다.
주민들 찬반 대립으로 뉴타운 해제가 거론되고 있는 한남뉴타운 1구역 중개업소에도 전ㆍ월세 시세를 묻는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A부동산 손모씨는 "뉴타운 해제가 본격화하면 전세금이 수천만원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총 14개 구역 중 11구역을 제외한 지역이 추진위원회조차 구성되지 못한 종로구 창신ㆍ숭인뉴타운 일대도 비슷하다. 일부 집주인의 경우 월세로 전환하기 위해 원룸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신축할 생각을 하고 있다. 창신동에서 전세를 사는 강훈식(47)씨는 "뉴타운 특약 덕분에 시세보다 싸게 살아왔다"며 "사업이 철회되면 전세가격도 오를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뉴타운 사업을 진행하면 철거 가구를 넘는 신축 공급물량이 나와 중장기적으로 전세시장 안정에 기여하지만 기존 주택을 개ㆍ보수해 전세금만 올릴 경우 신축 물량이 부족하게 돼 결국 전ㆍ월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며 "무더기로 뉴타운을 해제하기보다는 필요한 지역만 선택적으로 제외하는 식으로 정책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