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 1번지'서울 종로구의 국회의원 선거 판이 커지고 있다. 4ㆍ11총선을 50여일 앞두고 야당 대선주자, 여당의 지명도 있는 여성 의원, 이명박 정부 실세 참모 등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전직 총리 등판설도 거론되고 있다. 종로의 선거 구도에 따라 총선 전체 풍향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은 서울 한복판 승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에선 'MB 아바타'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13일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걸고 정권재창출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각오로 종로를 지켜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에서 현 정부 실세 공천 배제론에 대해 "5년마다 반복되는 단절과 청산의 역사를 끊어내고 친이ㆍ친박도 한 덩어리가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전 수석은 "도망가는 피칭만 하고 야당 벤치마킹만 해선 제대로 된 보수를 할 수 없다"며 '당당한 보수론'을 강조한 뒤 "이 대통령도 최근 통화에서 '나가면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선 이미 당 대변인을 지낸 조윤선 의원이 도전장을 낸 상태여서 공천 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구태정치다. 공천이 됐든 본선이 됐든 국민의 기준은 '새 정치를 할 새 사람'"이라며 이 전 수석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야권에선 당 대표를 지낸 4선의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전북에서 지역구를 옮기면서 배수진을 쳤다. 정 고문은 "우리는 수도권에서 승리했을 때 집권할 수 있었고 수도권에서 패배했을 때 정권을 잃었다"며 청와대가 있는 종로에서부터 '정권 심판론'을 점화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고 있다.
대진표에 따른 선거 구도도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수석 대 정 고문'의 경우 전ㆍ현정권 심판론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조 의원과 정 의원의 대결이 성사되면 '초선 여성' 대 '중진 남성'의 구도가 된다.
하지만 여야 모두 종로를 전략공천 대상 지역으로 검토하고 있어서 대진표가 완전히 새로 짜여질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 일부에선 정운찬 전 총리에게 출마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총리도 종로구나 강남구 등 상징성 있는 지역에서 새누리당 또는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는 13대 총선 때 독립 선거구가 된 뒤 1998년(노무현 후보 당선)을 제외하곤 현재의 야권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 지역이지만 17대, 18대 총선에서는 1, 2위 후보 간에 각각 0.7%포인트, 3.6%포인트 차이의 접전이 벌어진 곳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에서는 무소속 박원순(53.9%) 후보와 한나라당 나경원(45.6%) 후보의 격차가 전체 평균(7.2%포인트)보다 컸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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