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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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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디바

입력
2012.02.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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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K''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K팝 스타' 등의 TV 프로그램의 인기와 함께'디바'라는 말을 부쩍 자주 듣는다. 이탈리아어의 디바(Diva)는 여신을 뜻하는 말로, 거슬러 올라가면 힌두교의 데비(Devi)나 조로아스터교의 다에바스(Daevas)와 어원이 같은 말이다. 처음엔 레나타 테발디, 마리아 칼라스 같은 세기의 소프라노를 뜻하며 프리마돈나와 같이 쓰이다가 나중에는 뛰어난 대중가요 여가수로까지 뜻이 확장됐다.

■ 아무리 말의 성찬이 다반사가 된 이 시대에도 디바는 노래 좀 한다는 여가수에게 쉽게 바칠 말은 아니다. 여신이란 어원에 깃든 신성(神聖) 이미지는 많이 희석됐지만'천부적 가창력'이라는 근본 잣대는 여전하다. 단적인 예가 요즘 국내외에서 선풍적 인기몰이에 나선 K팝 걸 그룹의 구성원 누구도 아직 디바로 불리지는 않는다. 극히 개인적 평가지만 국내에서는 패티 김 이후 잠깐 가능성을 보인 신효범을 빼고는 어울리는 가수가 없다.

■ 밤하늘의 별처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스타들이 잠시 빛을 내다가 꺼져가는 것과 달리 디바는 죽어서도 팬들의 기억에 남는다. 중학교 때부터 심취했던 팝송에는 참 디바가 많았다. 도리스 데이, 로버타 플랙, 조안 바에즈, 나나 무스쿠리,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이 타고난 가창력을 자랑했다. 1980년대 중반 로라 브래니건과 신디 로퍼를 제치고 등장해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온과 함께 한 세대를 휘어잡은 휘트니 휴스턴도 디바에 어울렸다.

■ 시원하게 죽 뻗어가는 그의 목소리는 독특한 기법을 곁들여 저ㆍ고음을 마구 넘나들어 무반주로 들어도 감동이 줄지 않았다. 국내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던 캐리나 디온과 달리 음반으로만 마주했던 연유로 막연한 궁금증까지 더해졌다. 그의 죽음으로 영원히 현장에서 만날 기회는 잃었다. 그래도 영화 <보디 가드> 의 주제가 '늘 사랑할 거야(I will always love you)'와 같은 주옥 같은 노래는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마냥 길게 살 것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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