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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사태 1000일 '근기법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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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사태 1000일 '근기법 무용론'

입력
2012.02.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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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노동자 2,646명의 정리해고를 발표하면서 쌍용차 노동자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해고를 면한 '산 자'와 해고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죽은 자'. '죽은 자'들은 총파업을 결의, 같은 해 5월 22일 쌍용차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제발 살려달라"고 외쳤다. 점거 농성 77일만에 ▦정리해고자 42%는 무급 휴직, 58%는 희망퇴직 및 분사 ▦무급 휴직자는 1년 후 생산물량에 따라 주간 연속 2교대제 실시라는 사측과의 협의안을 들고 공장을 떠났다. 하지만 468명의 무급 휴직자 중 쌍용차로 돌아간 이는 한 명도 없다. 대신 '죽은 자'로 분류됐던 이들과 그 가족들 중 20명이 자살, 심근경색 등으로 세상을 등졌다. 15일은 해고 노동자들이 한줄기 희망을 품고 공장점거에 들어간 날로부터 꼭 1,000일째다.

쌍용차 사태 1,000일을 이틀 앞둔 13일 국회 도서관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쌍용차 정리해고 철회 촉구' 토론회를 열고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최기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실장은 "쌍용차 측은 무급 휴직자 1년 후 복귀, 비정규직 노동자 19명에 대한 고용보장 확약 등 노사 합의 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즉각 복직을 요구했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쌍용차 생산이 11만대를 넘어서고 경영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팀을 구성해 노동자 복귀를 위한 메시지를 사측에 전달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장기간 전혀 진척이 없는 쌍용차 사태는 정리해고에 대한 제도와 사회안전망의 허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복직 약속만 믿고 기다리던 휴직자들은 피폐한 삶을 이어갔고, 사측은 경제적 논리로 그들을 외면했지만 복직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해고한 사용자는 3년 이내에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 할 경우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여야 한다"(25조 1항)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감시나 이를 어겼을 경우 제재는 전혀 없다. 한 사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고용 의무 규정 자체가 재고용 절차나 위반 시 처벌 등 구체적인 내용 없이 너무 애매해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정리해고를 허용하는 절차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정부에 정리해고를 신청할 때부터 '전직 지원 협약''고용 유지 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정부가 이를 심사해 정리해고 여부를 승인하는 절차가 제도화하고 있다. 기업이 정부에 정리해고를 신고만 하면 되는 우리나라와는 시작부터 다르다. 또 프랑스는 해고 후 1년간은 사측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때마다 재고용 통지를 받을 수 있고, 사측이 이를 어기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재교육을 통한 취업 연계, 생계안정 등 조치도 보완이 시급하다.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유럽 등 정리해고가 입법화 된 국가는 사법적 심사 규정뿐 아니라 해고자에 대한 직업훈련, 우선고용, 재취업 등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 정리해고 관련 법은 일본 판례법을 바탕으로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며 "법제 개선과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노무 행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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