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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총선 승부 겸허하고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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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총선 승부 겸허하고 당당하게

입력
2012.02.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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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바람이 거세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야당 불모지였던 부산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약진하고 있고, 그 기세가 총선 전체 판세마저 뒤흔들 조짐이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승부처로 부각된 부산 사상, 북ㆍ강서을, 경남 김해을에서 문재인, 문성근, 김경수씨 등 민주당 후보들이 새누리당 후보들을 7~8% 차이로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의 정당 지지도도 지난해 말 조사에서는 새누리당이 우세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민주당 우세로 뒤집어졌다.

부산 민심이 요동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실패 때문임은 불문가지다. 중앙선관위 디도스 테러,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측근과 친인척 비리 등이 연이어 터지는 상황에서 정권심판론이 부산에서도 먹히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전국위를 열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지만 떠나는 민심을 붙잡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0년 16대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했을 때 여론조사로는 우세했으나 개표에서 진 점을 들어 "바람은 바람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노무현을 찍으면 김대중을 돕는다"는 경계심이 작용했지만, 지금은 "문재인을 찍으면 부산 정권을 만들 수 있다"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 지도부가 박지원 최고위원만 제외하면 모두 비호남 출신으로 구성된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민심은 아침 저녁으로 바뀔 수 있고 선거는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듯 선거일까지 남은 두 달은 결코 짧지 않다. 지금 민주당의 강세는 반사이익에 힘 입은 바가 크다.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앞세우긴 했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정교하게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 한미FTA 협상을 시작해놓고 이에 대한 사과도 없이 폐기를 공언하고 있다. 이런 모순과 안이함이 누적되면 바람이 약해질 수도 있고, 총선에 이어진 대선에서는 역풍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선거가 끝난 것처럼 오만해서도 안 되고, 새누리당이 기죽을 필요도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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