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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뛰어넘은 흥행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 "역행하는 이 시대가 불편해서 만든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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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뛰어넘은 흥행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 "역행하는 이 시대가 불편해서 만든 영화죠"

입력
2012.02.1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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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시간이 133분으로 만만치 않고, 내용도 간단치 않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부산의 조직폭력배와 공권력의 유착을 그렸다. 흥행을 자신할 수 없는, '무거운' 영화. 그런데도 흥행 행보가 가볍다. 2일 개봉해 지난 주말까지 248만6,174명이 극장을 찾았다. 이미 손익분기점(약 200만명)을 넘었고, 500만명 돌파도 가능하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비수기로선 보기 드문 흥행몰이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좋은 콘텐츠는 언제든지 관객과 통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확인한다.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33) 감독을 13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조금은 왜소한 체격에 후드티를 입은 그는 영화감독보다는 대학원생에 가까운 외모였다.

윤 감독은 영화계에서 일찌감치 될 성 부른 떡잎으로 여겨졌다. 2005년 군대를 소재로 한 대학 졸업작품 '용서 받지 못한 자'로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등 3개 상을 차지하며 충무로의 시선을 끌었다. 2008년엔 호스트바를 지렛대로 한국의 천민 자본주의의 비루한 모습('비스티 보이즈')을 들춰내 화제를 모았다. '범죄와의 전쟁'은 서른 중반도 채 안된 윤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장편영화를 만들 때마다 한국 사회가 감추고 싶은 어두운 메커니즘을 고발해 왔던 셈. 그는 "어떤 시기에 저를 사로잡는 불편한 생각들을 영화에 표현해 왔지, 딱히 의도된 건 없다"고 말했다.

윤 감독이 '범죄와의 전쟁'을 만든 건 "시대가 역행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2008년년) 정권이 바뀌기 전부터 시대의 공기가 굉장히 불편하고 이상했다"고 되돌아봤다. "세대를 망라해 누구든 좋으니 잘 살게 해달라는 분위기가 싫었어요. 10년 안에 부자 되는 방법 식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되는 것도 그렇고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우리 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며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건드려 보고 싶더군요."

그는 영화를 준비하며 "'왜 깡패들이 70,80년대 전성기를 누렸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고 했다. 신문 등 각종 자료를 찾아보고 영화를 만들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군사독재 억압의 시절이었기 때문"이었다.

세관 공무원 출신으로 조폭들의 이권을 위해 백방으로 뛰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가는 주인공 최익현(최민식)은 "딱히 모델이 없었다"고 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그 시절 그런 인물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는 말을 들고 창조한 가상의 인물. 윤 감독은 "내가 살면서 본 아저씨들의 집합체"라고 말했다.

윤 감독의 어린 시절 기억들도 영화의 한 조각이 됐다. 외식 중에 만난 아버지의 지인들이 그에게 쥐어주던 고액의 용돈, 문제 해결을 위해 집으로 전화하곤 했던 종친들이 소재가 됐다.

"저희 아버지가 경찰 고위 간부(경무관)셨어요. 1987년 어머니가 어디 가셔서 아버지랑 같이 밖에서 자장면을 먹는데 갑자기 무전기로 출동 메시지가 온 거예요. 아버지가 저를 파출소에 맡겨놓고 가셨는데 그 안으로 시위대가 던진 최루탄이 날아들어왔죠. 조폭 두목 형배(하정우)가 칼 맞는 장면이 그 경험에서 나왔어요."

그는 세 편의 영화를 통해 "세상을 나쁘게 만드는 수컷들의 부질 없는 욕망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들의 우두머리 본능을 부추기는 사회의 경쟁의식 대신 다른 인간적 가치를 찾아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도 했다.

그는 "이 정도 이야기에 이 정도 배우면 충분히 200만명은 볼 것이라 자신했다"지만, 예상을 넘는 관객몰이에 놀란 눈치였다. 그는 "재벌, 검찰, 정치권 등 사회 여러 권력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요즘 한국 사회의 화두"라며 나름의 흥행 요인을 분석했다. 그의 다음 목표물은 당초 재벌이었다. 하지만 임상수 감독의 차기작 '돈의 맛'이 재벌을 다루면서 포기했다. "'대부'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한국에선 재벌 세습을 담아야 '대부' 같은 분위기를 묘사할 수 있죠.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데…."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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