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싫어하는 한국 사람이 열에 몇이나 될까. 예전에는 리어카에서 경쟁적으로 흘러나오는 유행가에 너도나도 입가에 리듬이 묻어 있었다지만 저작권 문제로 그 소리가 뚝 끊기고 난 뒤에는 저마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이들의 발걸음으로 그 장단을 짐작할 뿐이다.
누군가 강의를 들을 때 또 누군가는 강의실에 앉아 과자에 막걸리를 마시던 대학 시절, 그래, 우리들에게는 함께 부를 노래가 있었다. 꽃이 폈다 지는 늦봄에는 허수경 시인의 시 속 한 풍경처럼 장구를 치며 민중가요를 질러댔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겨울에는 허름한 중국집에서 짬뽕 국물 하나에 여럿이 숟가락을 꽂은 채로 이과두주를 홀짝이며 배호를 불러대곤 했다.
노래를 못 하면 시집을 못 가요 아 미운 사람, 이라고들 저주를 퍼부은 당신들 탓에 여전히 혼자라지만 그 덕분에 홀로 남의 노래를 맘껏 평하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어 나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편이다. 그러나 날 중독 시킨 것이 노래보다 사람이라 하면 말이 되려나.
실수하고 긴장하는 그들에게서 나라는 평범을, 나라는 보통을, 그리하여 그런 다수 속 다양한 인간의 전형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나 잘하세요, 하고플 만큼 심사위원들의 앙칼진 의견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머리 조아리는 참으로 착한 그들. 그러고 보면 신도 못 가진 무기, 노래만이 가진 힘이 분명 있다는 얘길 거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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