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정치생명에 최대 위기를 맞은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 당 서기가 9일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부시장의 미 총영사관 체류사건 직후 극비리에 베이징(北京)을 찾아 최고지도부와 잇따라 면담하는 등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포함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원로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보 서기에 대한 감찰조사에 합의하고 다음달 5일 열리는 양회(兩會) 전까지 결과를 공개키로 했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반체제 성격의 중문 사이트 보쉰(博迅)닷컴이 13일 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일 경우 보 서기에 대한 감찰이 진행될 향후 3주가 그의 정치생명을 결정하는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홍콩 밍바오(明報)는 13일 “보 서기가 9일 밤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확인됐다”며 “이는 왕리쥔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8~9일 윈난(雲南)성을 방문했던 보 서기는 11일 저녁 충칭에서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를 만날 때까지 최소한 이틀간 베이징에 머문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가에서는 보 서기가 중난하이(中南海)를 찾아 최고지도부를 잇따라 면담하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에 대한 감찰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보 서기의 차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진출이 결정된 상태여서 큰 변수가 없는 한 보 서기의 입지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중국 안팎에 널리 알려진 만큼 왕리쥔 부시장에 대한 조사는 물론 보 서기에 대한 감찰조사가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보여진다. 중앙 기율검사위는 보 서기 조사를 위해 특별 소조(小組)를 구성했고, 6년 전 비리사건으로 낙마한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시 당서기와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 비리 사건 등을 조사한 베테랑 조사인력이 대거 파견됐다고 보쉰닷컴은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권력암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어느 한 편의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고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조사가 이뤄질 지에 대해선 의문이 많다. 베이징 소식통은 “제18차 공산당 인민대표대회 개최를 8개월 앞두고 중국 전ㆍ현직 최고 지도부가 정치적 안배를 마무리하고 철저한 관리체제로 돌입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막판 뒤집기’가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집단결정 체제로 움직이는 중국 정치의 특수한 정서를 고려할 때 큰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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