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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보름 전 사퇴 발표한 최시중 위원장… 아직도 휴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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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보름 전 사퇴 발표한 최시중 위원장… 아직도 휴가중

입력
2012.02.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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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통통신위원장이 물러난 게 아니었어요?"

최 위원장이 측근(정용욱 전 정책보좌관) 비리의혹으로 사퇴를 발표한 건 지난달 27일. 벌써 보름이 흘러, 최 위원장의 근황은 사실 세간에 잊혀져 있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사무실에만 출근하지 않을 뿐 지금도 '현직'이다. 엄밀히 말하면 휴가 중이다. 그는 사퇴발표 후 병원에 입원해 건강검진을 받았고, 10일까지 연가를 냈다. 그리고 이를 다시 연장한 상태다.

물러나겠다고 기자회견까지 한 최 위원장은 왜 여태껏 현직을 유지하는 걸까. 그리고 현직이면 출근을 할 것이지 휴가를 낸 건 또 무슨 연유일까.

방통위측의 설명은 이렇다. 우선 물러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후임 인선이 늦어지는 바람에 물러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퇴발표까지 한 마당에 계속 집무하는 모양새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무작정 안 나오면 무단결근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가를 냈다는 해명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최근까지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었고 위원장 자격요건이 까다로워 마땅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 보니 청와대에서 사표가 수리되지 않고 있다"며 "공무원 신분으로 무단 결근을 할 수 없어 연가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듣고 보면 전혀 수긍 못 할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예스럽지 못한 이유로 중도하차하게 된 조직의 수장이 사임발표 보름이 지나도록 현직 신분으로, 또 휴가상태로 남아 있다는 건 결코 유쾌한 모습이 아니다. 오죽하면 민주통합당이 "봉급으로 나갈 혈세가 아깝고 저간의 이유가 궁금하다"는 논평까지 냈을까.

가장 큰 문제는 후임선정 지연이다. 방통위원장은 ▦방송ㆍ언론 또는 정보통신 관련 단체나 기관 대표자 또는 임직원으로 15년 이상 근무하고 ▦관련 업계를 떠난 지 3년이 지나야 하는 까다로운 법적 자격요건이 있는데다 ▦청문회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적임자를 찾기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제대로 돌아가는 청와대라면 즉시 기용 가능한 '적임자 후보군'을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이 정권임기 내내 그 자리를 맡는다는 보장이 없고, 언제라도 유고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인데, 평소 아무런 준비 없이 있다가 '적임자가 없어 인선이 늦어진다'고 하는 건 청와대가 스스로 행정공백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과거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장관이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경우도 후임자 인선이 몇 달씩 지연된 적이 있는데, 이번 최 위원장 까지 덧붙여 보면 인사지연은 현 정부의 고질병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최 위원장 역시 어차피 후임선정이 늦어진다면, 휴가보다 출근을 해야 할 것이다. 사무실에 나와도 '식물위원장'처지이겠지만, 유인촌ㆍ최중경 전 장관 역시 그런 불편함을 무릅쓰고 후임장관 취임 전까지 집무실을 지켰다. 그게 '유종의 미'이고 공직자의 자세라고 본다.

최연진 산업부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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