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환경운동 외길 인생을 걸어온 '환경지킴이' 이승기 한국녹색회 정책실장이 11일 오후 1시쯤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에서 실족해 숨졌다. 향년52세. 이 실장은 사진기자 일행과 굴업도 인근 토끼섬 근해에 서식하는 산호초를 촬영하던 중 바위에서 미끄러져 운명을 달리했다. 토끼섬은 뛰어난 해식지형으로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지정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이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이 실장은 첫 직장이던 항공사를 잠시 다니다 그만둔 뒤 대학시절 활동했던 녹색회로 돌아가 환경운동에 입문했다. 경북대에서 논문 <한국 수달의 생태> 로 생물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녹색회 창립멤버인 그는 정윤재 한국녹색회 회장과 주축이 돼 단체를 이끌며 하천 정화, 동강 지키기, 비무장지대(DMZ) 세계 생태공원 운동 등에 젊음을 바쳤다. 한국>
2006년부터는 최근 관광단지 개발 논란이 일고 있는 굴업도 보존에 관심을 쏟았던 그는 "굴업도가 내 무덤이 될지언정 끝까지 지키겠다"던 말을 뒤로 하고 굴업도에서 생을 마감했다.
생전 그는 '흔들리는 둥지', '그럴듯한 집' 등 인간과 자연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 수 편을 발표했다. 소설가 이호철씨로부터 "장편을 한번 써보라"는 권유까지 받기도 했지만 환경운동으로 바빠 내지 못했다. '인간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주로 글을 쓴 그는 환경과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해 알리는 데 힘썼다. 이호철씨는 고인에 대해"자연을 사랑하는 심성만큼이나 유순하고 소탈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채귀순씨와 아들 건하, 주하, 딸 모영씨 등 2남 1녀가 있다. 발인은 14일 오전 9시, 빈소는 인하대병원. (032)890-3192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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