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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의 별별이야기] 나는 시민 과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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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의 별별이야기] 나는 시민 과학자다

입력
2012.02.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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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전통적으로 엄격한 훈련을 받은 과학자들만이 수행할 수 있는 폐쇄된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예외가 있다면 아마추어 천문가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일종의 마니아 집단인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그동안 소행성이나 혜성의 발견에 큰 기여를 해왔고 최근에는 천체사진 전문가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들어 과학 프로젝트가 대형화되면서 분석해야 할 자료의 양도 점점 방대해졌고 거대과학 프로젝트를 가능하도록 해주는 납세자로서의 시민들과 소통할 필요성도 커져갔다. 한편 과학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 욕구도 함께 늘어났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따라서 시민들이 과학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시민 과학활동은 1999년에 시작된 SETI@Home 프로젝트다. 1,000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에서 관측된 전파신호를 자신들의 컴퓨터를 사용해서 분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분산컴퓨팅 기술을 활용해서 시민들로부터 컴퓨터 시간을 기부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Galaxy Zoo' 프로젝트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시민들이 직접 과학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홈페이지에서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 은하 이미지를 직접 분석해서 은하의 형태를 결정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네덜란드의 한 시민 과학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천체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 발견을 계기로 천문학자들은 그 천체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케플러우주망원경의 자료를 온라인에서 분석해서 외계행성을 찾는 'Planet Hunters' 프로젝트도 시민 과학자들에게 열려있다. 이처럼 천문학 분야에서는 전통적으로 시민들을 과학 활동에 참여시키는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다른 분야에서도 시민 과학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일반 시민들이 과학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 과학자들의 시대가 막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트위터 공간에서는 '백인천 프로젝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왜 4할 타자가 없어졌는지' 그 이유를 밝히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가 트위터를 통해서 이 작업에 참가할 사람들을 모았다. 자료를 모을 사람, 통계 처리를 할 사람, 자료 분석을 담당할 사람, 홈페이지를 만들 사람, 논문을 작성할 사람 등등 각자 자신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을 맡아서 참여하고 있다. 참가자 중에는 과학자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일반 시민들이라고 들었다. 온라인을 통해서 모였지만 매주 토요일에 맡은 역할 별로 나눠서 오프라인 모임도 하고 있다. '백인천 프로젝트'의 결과는 학술지에 정식 논문으로 제출될 계획인데 동시에 일반 시민들을 위한 보고서도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백인천 프로젝트'는 과학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 주로 참여한다면 면에서 아마추어 천문학 같은 전문적인 마니아 활동과는 확연히 다르다.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 시간을 제공하는 SETI@Home 방식의 수동적인 기여 활동과도 다르다. Galaxy Zoo 프로젝트가 방대한 관측 자료를 제공하고 시민들이 온라인에서 제한된 조건 아래서 제한된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라면, '백인천 프로젝트'는 온라인에서는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시민들이 창조적으로 과학적 결과물을 생산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독특한 형태의 시민 과학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달 후면 그 모습을 드러낼 '백인천 프로젝트'의 결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그 결과와 상관없이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과 과정 자체가 이미 지금까지의 시민 과학 활동을 한 단계 넘어서서 새로운 시민 과학 운동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야구에서 4할 타자는 왜 사라졌을까, 벌써부터 시민 과학자들이 들려줄 그 답이 궁금하다.

이명현 SETI코리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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