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도 이미 중순이다.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대부분이 고민하게 되는 시기가 돌아왔다. 이럴 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빤한 살림인지라 손 쓸 틈도 없었던 터이다. 설상가상으로 타 지역 대학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는 집세와 생활비 걱정까지 덤으로 안게 되니 한숨부터 나온다.
한 두 푼이 아닌 학자금 마련을 위해 당사자인 대학생 역시 각종 아르바이트를 뛰지만 등록금을 마련하는 일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더구나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공부시간은 물론 자는 시간도 부족해 수업준비에 소홀해질 뿐 아니라 수업에 늦기도 일쑤다. 그럴수록 장학금의 기회는 멀어지고 학사경고의 연속으로 남보다 대학을 오래 다녀야 할 형편이다.
이럴 때 학자금대출은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한국장학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학자금융자프로그램의 경우 비교적 낮은 금리에 대출기간도 긴 편이서 더욱 좋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대졸자의 취업률이 하도 낮아서 졸업하고 직장 구해서 차근차근 대출금을 갚아나간다는 애초 계획이 버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8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졸자의 평균취업률은 58.6%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언론 매체를 통해 혹은 주변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대학생 연체자 또는 청년 신용불량자 증가의 배경이다.
물론 학자금 대출 연체자를 구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원인이 청년층 실업에 있는 만큼 경기가 갑자기 좋아진다면 모를까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어 보인다. 또한 일부라도 대출금을 경감해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거나 국민부담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방관하여, 대학을 갓 졸업한 혹은 졸업을 앞두고 있는 사회초년병들에게 신용불량자의 굴레를 씌우는 것 역시 이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약하는 것이기에 긴 안목에서 보면 사회 경제에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졸업 후에도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학자금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 한해 공공부문이나 중소기업에서의 복무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어떨까? 아마도 각자의 전공에 따라 관련 기관 혹은 중소기업에서 일정 기간을 종사하는 대신에 급여의 일부를 대출금 상환에 지급하는 형태로 구체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유사한 형태로 청년인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프로그램 참가자가 기관 내 다른 직원들과 동등한 기준에서 업무를 배정 받고 급여를 지급받는다는 점에서 이와는 차별화된다.
학자금대출을 갚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본인이 일을 해서 갚는 것이기에 개인적 성취감을 얻음은 물론 도덕적 해이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더구나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소기업 근무 대졸자에 대한 학자금 일부 탕감 방안과는 달리 자신의 급여 내에서 부채상환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전공에 따른 업무배치를 통해 전문성 배양을 유인함으로써 대출금 상환 후에 지속적인 자기발전 혹은 더 나은 재취업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나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도 득이 되는 점이 적지 않을 것이다. 먼저 공공기관의 경우 복무지원자들을 기존 인력으로 충당할 수 없는 분야에 배치함으로써 국민의 공공 서비스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청년인력 유입을 촉진하여 만성적인 전문 기술 인력난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공공기관과 중소기업의 채용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정부의 재정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 사회, 우리 경제의 향후 20~30년을 끌고 나갈 다음 세대를 위한 조그만 배려로 인식되어야 한다. 결국은 이에 따른 재정부담이 앞선 세대의 부담으로 귀착될 터이지만, 이들 젊은이들이 우리세대의 노후를 지켜줄 것임을 감안한다면 그리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허석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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