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는 가수다'가 12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시즌1을 마감했다. 지난해 3월 6일 첫 방송 후 숱한 화제를 뿌렸던 '나가수'는 프로그램 포맷을 재구성하고 출연진을 교체해 시즌2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수많은 패러디 제목을 양산하고 방송계와 가요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나가수'가 남긴 것을 짚어봤다.
'나는 ○○다' 열풍
'나는 가수다'는 지난해 방송가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다. 정상급 가수들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김영희 PD의 발상은 무너져가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일으켜 세웠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마추어 오디션 프로그램에 질려 있던 시청자들은 가왕(歌王)들의 경연에 빠져들었다. '나가수'가 성공하자 '불후의 명곡' '오페라 스타' '코미디 빅 리그' 등 기성 연예인들을 경쟁시키는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다. 제목 패러디도 봇물을 이뤘다. 시사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를 비롯해 '나도 가수다' '나는 하수다' 등 패러디가 다시 패러디를 낳는 현상이 이어졌다.
가요계 판도를 바꾸다
'나가수'는 기획사 중심의 아이돌 가수 일색인 가요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유행에서 밀려난 진짜 '가수'들이 재평가됐다. 은둔형 가수 임재범을 스타로 만들었고 김범수, 박정현, 이소라, 김연우 등 TV에서 보기 힘들었던 가수들의 인기와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이들은 '나가수' 출연을 계기로 새 앨범을 발표하거나 콘서트를 열어 제2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음원 시장에서도 '나가수'의 노래들은 큰 활력소였다. 가온 차트의 지난해 연말 결산에서 김범수의 '제발'은 디지털 다운로드 3위에 올랐다.
논란 잦아들자 시청률도 하락
'나가수'의 서바이벌은 1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꼴찌가 되지 않는 것이다. 탈락 규정은 방송 초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줬다는 이유로 김영희 PD가 연출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JK김동욱은 무대에서 다시 노래했다가 자진 하차했다. 걸그룹 핑클 출신의 옥주현과 무명가수 적우는 출연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에 휩싸이며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익숙한 패턴이 되풀이되면서 논란과 화제도 잦아들었다. 20%대까지 치솟았던 시청률은 한자릿수로 곤두박질쳤다. 시즌2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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