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1,790명을 둔 진보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의 새 이사장에 이시영(63) 시인이 선임됐다. 작가회의는 11일 서울 마포구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이씨를 이사장으로 추대한 지난달 이사회의 결정을 추인했다. 고은 현기영 염무웅 정희성 최원식 도종환 등 원로ㆍ중진을 비롯, 17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한 이날 총회에서 부이사장에는 시인 김용택(64) 이은봉(59) 배창환(56)씨와 소설가 공지영(49)씨, 사무총장엔 시인 공광규(52)씨가 각각 선출됐다.
최근 1930년대생 원로 작가(최일남 구중서)가 잇따라 맡아온 이사장을 60대로 낮추고, 실무 책임자인 사무총장 직에 50대 초반을 배치하면서 작가회의는 임원진의 세대교체를 꾀했다. 이 신임 이사장은 “1974년 11월 자유실천문인협의회(작가회의 전신)의 탄생 현장인 ‘문학인 101인 선언’에 스물여섯 살 막내로 이름을 올린 이래 작가회의와 40년을 함께 해왔다”며 “80대부터 20대까지 아우르는 조직인 만큼 세대간 소통에 힘쓰고 분과 및 위원회의 자율적 활동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창작과비평사(현 창비)에서 23년 간 편집장ㆍ주간을 지냈고 2009년부터 단국대 국제문예창작센터장을 맡아 대형 국제문학행사를 여는 등 실무에 능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서울시에 근대문학관 건립, 문학 전문 도서관 개설, 이상 박태원 염상섭 등 서울 출신 문인 기념사업 등 6개 신규 사업을 제안하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선에서 눈에 띄는 이는 홍일점이자 유일한 40대 부이사장인 공지영씨. 공씨는 소설 를 비롯해 사회성 짚은 작품을 써왔고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등에 적극 참여하는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작가로, 등단 이후 줄곧 문단과 거리를 둬왔다. 그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군부 정권의 탄압을 받다가 1984년 재창립됐을 때 5개월 간 상근 간사로 일했다”며 “작가회의는 내 첫 직장이고, 이시영 이사장 등 당시 만났던 선배 작가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고향집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이사장은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어 국가 운명, 한반도 주변 정세에 큰 변화가 예고된 시기”라며 “진보적 문인단체로서 민주화, 평화, 복지, 남북관계 등에서 할 일이 많고 짐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87년 대선 당시 야당의 대표 주자였던 김영삼, 김대중의 동시 출마를 놓고 작가회의 안에서 입장이 엇갈려 진통을 겪었던 경험을 전하며 “작가회의는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 작가회의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기획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가 9일 보석으로 풀려난 송경동 시인에게 성금 1,600만원을 전달했다. 송씨는 “대추리 망루부터 한진중공업 크레인까지 어쩌다 보니 최근 몇 년간 높은 곳만 보고 살았다”면서 “앞으로는 우리 이웃들이 평지에서 다같이 행복한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일 한국작가회의 총회에서 이시영(가운데) 신임 이사장이 부이사장으로 선출된 공지영(왼쪽부터) 배창환 김용택 이은봉씨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제공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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