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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로 오세요' 낸 구병모 작가/ 상위 1%가 사는 가상도시 속 계급 나뉜 고교서 왕따·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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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로 오세요' 낸 구병모 작가/ 상위 1%가 사는 가상도시 속 계급 나뉜 고교서 왕따·폭력…

입력
2012.02.1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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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리가 잘 아는 어떤 분이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한 적이 있었죠? 그때 처음으로 종교적인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사는 공간을 소설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청소년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로 이름을 알린 작가 구병모씨는 신작 <방주로 오세요> (문학과지성사 발행)를 쓰게 된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작품의 배경은 어느날 갑자기 떨어진 운석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도시, 방주시. '노아의 방주'에서 이름을 빌렸지만 '서울특별시 강남특별구'를 은유하는 이곳에는 기독교 윤리를 가치관의 기준으로 삼는 상위 1%가 산다. 소설은 방주시 방주고등학교에 타지 출신의 학생 마노가 입학하며 시작된다. 청소년소설 시리즈인 '문지푸른문학선'으로 출간됐는데,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려낸 우리사회 문제는 한층 도드라져 보인다.

구씨는 "사회 불평등에 관한 문제 의식과 이 정부의 실정에서 느낀 점을 결합했다"며 "종교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인물들은 현 정부에 대한 알레고리로 쓰일 뿐"이라고 말했다.

방주고는 방주시 거주자 80%, 외지인 20%로 학생을 선발한다. 화려한 생활과 탄탄한 미래를 보장받는 방주고에 자녀를 입학시키는 건 모든 부모들의 꿈이다. 쌍둥이 남매 마노와 루비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 학교에 입학한다. 신분상승이란 부모의 바람과는 별개로 마노는 어린 시절 방주시에 관광을 왔다 광장에서 만난 소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입시에 매달렸다. 하지만 마노를 맞는 것은 외지 출신을 '찌꺼기'라 부르는 학생회장 일락의 협박이다. 일락은 루비를 인질 삼아 마노에게 외지 아이들로 구성된 동아리 '프로네시스'에 가입해 그들이 방주고를 폭파시키려 한다는 증거물을 빼오도록 강요한다. 겉보기엔 평등하지만 실질적으로 철저한 계급사회인 학교는 작금의 한국사회와 닮은꼴로 읽힌다. 프롤로그에 실린 루비가 일락에게 린치를 당하는 장면은 지난해 대구 중학생 왕따 자살사건을 연상시킨다. 구씨는 "2009년 초고를 쓸 때만 해도 수위가 높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학생들의 폭력이 어른 못지않은 것 같아 사실적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결국 마노는 동아리에 가입해 프락치가 된다. 동아리가 학교를 폭파시키려는 음모를 꾸민 건 사실이었다. 마노는 광장 소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프로네시스의 계획을 막기로 마음먹는다.

지나치게 사실적인 묘사나 직설적인 화법은 소설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작품에 드러난 사회 부조리에 관한 인식이 계몽적이라는 점도 아쉽다. <위저드 베이커리> 이후 성인대상 순소설인 장편 <아가미>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 을 냈던 구씨는 "그 동안 문학을 보는 시선이 달라져 2009년 초고를 쓴 후 발표하지 않고 오래 다듬었다"고 말했다. 현재 고립된 섬에서 10대를 대상으로 심리실험을 하는 내용의 청소년소설을 쓰고 있다는 그는 "소재와 분위기는 다르지만 사회 통제와 폭력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소설을 쓸 때) 항상 이 두 주제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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