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류경(柳京)호텔이 공사가 시작된 지 25년 만인 올 봄 문을 연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최근 보도했다. '류경'은 버드나무가 많은 평양의 옛 별칭이다.
북한은 한국이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63빌딩 등 고층건물을 세우자 경쟁력을 과시하기 위해 87년 프랑스와 합작, 평양 보통강 구역에 류경호텔을 건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사대금 체불 등 자금난을 겪으면서 프랑스 기술진이 철수, 공사는 착공 4년 만인 91년 중단됐다. 이후 '지상 최대의 쓰레기'라는 오명을 쓴 채 흉물로 방치돼 오다 2008년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의 투자로 공사가 재개됐다.
류경호텔은 뉴욕의 크라이슬러 빌딩(316m) 보다 높은 330m에 원뿔 형태로 돼 있으며 건물 외벽 대부분은 유리로 덮여있다. 객실 3,000개, 레스토랑 5개, 볼링장, 나이트클럽 등을 갖췄다. CNN방송은 지난달 초 류경호텔을 '세계에서 가장 흉한 건물'1위에 선정하며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북한 정권의 자만심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평양 시내에서 유일하게 우뚝 솟은 거대한 높이와 외관이 주위 경관을 해치고 있고, 경제력에 걸맞지 않은 일을 무모하게 밀어붙이면서 북한 주민의 삶만 더 힘들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WP는 "세계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류경호텔의 개관은 당초 계획보다 23년이나 지연된 것"이라며 "외부인들에게는 북한 실패의 상징물"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북한은 류경호텔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한국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2005년 인천이 2014 아시안 게임을 유치하자 북한은 선수단 참가를 대가로 호텔 건립 비용을 지원해 달라고 제안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북한은 고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4월15일)에 맞춰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대학생까지 동원, 공사를 마무리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상적인 운영은 어려워 보인다. 중국 베이징의 북한 관광업체인 고려투어의 사이먼 코커렐 대표는 "문을 열더라도 꼭대기 층의 레스토랑과 아래층의 객실 일부만 문을 열고 중간 층의 대부분은 텅 빈 상태로 둘 것이라는 소문이 많다"고 WP에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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