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 사는 얼룩말의 줄무늬는 멀리서 봐도 눈에 잘 띈다. 보호색이라고 보기 힘든, 이 줄무늬를 얼룩말은 어쩌다 갖게 됐을까.
헝가리 에오토보스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최근 얼룩말의 줄무늬가 말파리를 쫓기 위해 진화했다고 발표했다. 흡혈파리의 일종인 말파리는 말에 기생하며 병을 옮긴다.
연구진은 얼룩말과 흑마와 백마를 모아놓고 말파리 방사실험을 한 결과 흑마에 가장 많은 말파리가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말파리가 제일 적게 달라붙은 말은 얼룩말이었다. 같은 얼룩말이라도 줄무늬가 촘촘한 말일수록 성가시게 하는 말파리 숫자가 적었다.
이들은 흑마와 얼룩말에서 반사되는 빛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빛은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며 움직이지만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면 진동방향이 바뀐다. 연구진에 따르면 털 색깔이 짙은 흑마에서 반사되는 빛은 좌우로 진동하는 수평편광으로 나타났다. 이 빛은 말파리가 좋아하는 빛이다. 보통 물에서 반사된 빛이 수평편광인데, 말파리는 이 빛을 보고 알을 낳을 물가를 찾는다. 반면 얼룩말에서 반사된 빛은 위아래로 진동하는 수직편광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얼룩말은 흡혈파리가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줄무늬를 갖는 쪽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9일자에 소개됐다. 실험생물학저널(journal>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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