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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훤 기자의 부동산 카페] 시장의 검증 회피한 '깜깜이 분양' 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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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훤 기자의 부동산 카페] 시장의 검증 회피한 '깜깜이 분양' 주의를

입력
2012.02.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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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분양'이란 말을 아시나요? 수년 전 부동산 시장에 등장해 어느새 업자들 사이에 널리 퍼진 용어인데, 건설업체가 청약자들에게 분양소식을 숨긴 채 모델하우스도 없이 은근슬쩍 공식 청약일정을 진행해 의도적으로 미분양 물량을 만든 뒤 선착순 분양에 주력하는 편법 분양을 말합니다. 분양업계에선 이를 마케팅 전략의 하나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청약을 할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지 않고 뒤에서 분양을 하는 게 무슨 마케팅 전략이냐"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마케팅 기술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분양업체들은 '깜깜이 분양'이 실제 청약률을 올리는데 효과가 있다고 말을 합니다.

어째서일까요? 깜깜이 분양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아파트 분양 절차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분양을 위해서는 분양승인을 받은 뒤 모델하우스를 열고 일정 물량에 대해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등을 대상으로 특별공급을 한 뒤 1~3 순위별로 청약신청을 받습니다. 그 후 당첨자를 선정하고 1, 2주 후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때 통상 3순위 청약을 마친 뒤 미달 가구가 생기면 "미분양이 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청약이 아니라 돈이 오고 간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도 팔리지 않은 아파트가 진정한 '미분양'물량이고, 요즘 같은 부동산 불황기에는 청약이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 후 미분양 물량은 더 늘어납니다.

깜깜이 분양은 업체가 분양할 아파트단지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사용하는 카드입니다. 어차피 미분양이 확실한 경우 모델하우스 건설 등 법정 청약기간에 투입해야 할 각종 비용도 줄이고, 자칫 대규모 미분양이란 소문이 퍼져 이후 청약자들을 추가 모집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입니다. 차라리 전체 물량을 고의로 미분양을 내고, 이후 실수요 타킷층을 집중 공략해 미분양이란 불명예 꼬리표를 숨긴 채 계약률을 높이겠다는 고육지책인 것입니다.

문제는 계악자들입니다. 건설사로서는 집 팔기가 더 쉬워지는지 모르겠지만, 시장의 검증절차를 회피한 매물이기 때문에 입주 희망자들은 계약할 아파트가 시장이 외면한 애물단지인지 또는 청약을 해도 손해보지 않을 곳인지 파악할 판단기준을 제공받을 수 없습니다. 또 미분양 사실이 감춰진 만큼 미분양 물량에게 따라붙기 마련인 계약조건 완화 같은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동산시장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이제 입주하고자 하는 아파트가 어떤 집인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어떻게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인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하게 됐습니다. 불황일수록 청약자들이 더 똑똑해져야만 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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