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사진) 태광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횡령ㆍ배임 혐의 등으로 물의를 빚은 데 따른 결정이다.
태광그룹은 10일 “검찰에 의해 최근 기소된 이 회장을 비롯, 오용일 그룹 총괄부회장 겸 티브로드 홀딩스 대표이사, 대한화섬 박명석 대표이사 사장 등이 책임을 지고 그룹 내 모든 지위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그룹 회장직과 함께 태광산업ㆍ대한화섬 대표이사, 티브로드 홀딩스ㆍ동림관광개발ㆍ 티캐스트 등의 계열사 대표ㆍ사내 이사직도 모두 내려놓았다.
다만 대주주 지위는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현재 태광산업 지분 16만8,530주(15.14%)를 비롯,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해 큐릭스홀딩스, 티브로드홀딩스, 태광CC, 한국케이블텔레콤 등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의 사임에는 건강 문제도 작용했다.
태광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심신이 지친데다 간암에 따른 건강악화로 더 이상 정상적인 회장직 수행과 집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사임을 준비해 왔다”며“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21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사임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구속 집행정지로 석방돼 간암수술을 받은 데다, 검찰 수사와 재판에 따른 스트레스까지 겹쳐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회사 측 전언이다.
이 회장 사임 이후 그룹 경영은 일단 이상훈 태광산업 대표이사가 총괄할 예정이다. 태광그룹은 이 회장의 법정공방이 마무리 되면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사를 경영진과 사외이사로 적극 영입할 방침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해 이 회장의 공백을 메우고, 경영투명성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태광그룹을 이끌어온 최고 경영진이 물러나면서 경영 리스크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 관계자는“독립적인 경영 체제를 구축한 만큼 경영 공백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무자료 거래와 회계 부정처리 등으로 그룹 측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됐다. 최근 검찰로부터 징역 7년과 벌금 70억원을 구형 받았다. 선고 공판은 오는 21일 오후2시 열릴 예정이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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