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에 따라 정착한 특목고, 자율고, 일반고, 특성화고가 학생의 성적뿐 아니라 사회계층으로 뚜렷하게 서열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목고와 자율고의 학생 성적이 우수한 것은 물론,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이 월등하게 높다는 연구결과다.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은 10일 제1회 서울교육종단연구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고교유형별 학생집단의 특성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2010~2011년 서울 소재 70개 고등학교의 학생 4,495명을 조사ㆍ분석한 결과, 특목고 재학생의 아버지 가운데 92.17%가 대졸 이상 학력이었으나 특성화고의 경우는 26.86%에 불과했다. 아버지 학력이 고졸인 경우는 특목고 7.46%, 자율고 22.05%, 일반고 35.82%, 특성화고 62.12%로 특성화고로 갈수록 크게 늘었다.
학교 유형별 가계 소득도 뚜렷이 서열화되어 있었다. 각 학교유형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가계 소득구간이 자율고와 특목고는 월 평균 500만원 초과(각 41.85%, 50.41%), 일반고는 351만~500만원(29.98%), 특성화고는 200만원 이하(57.03%)로 나타났다. 부자이고 고학력 아버지를 둔 학생일수록 특목고, 자율고에 많이 진학하는 현실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수학 학업성취도에서 아버지의 학력이 대졸 이상인 집단은 고졸 이하인 집단보다 점수가 높고, 소득이 높을수록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유형별로는 특목고-자율고-일반고-특성화고 순으로 높았다. 특히 아버지의 소득이나 학력에 따른 학업성취도의 점수 격차보다 학교유형에 따른 점수 격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고교다양화가 학력격차를 심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특목고 진학에 대한 과열경쟁이 일리가 있었던 셈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은 "현 정부가 강조해 온 고교다양화 정책은 고교 다양화와 특성화를 유도해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학력과 사회경제적 배경을 기준으로 서열화돼 학력격차를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원은 이날 학술대회에서 남학생이 남녀공학보다 남고에 다닐 때 성적향상 정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여학생은 고1~2년 국·영·수 성적에 별 차이가 없지만 남학생의 경우는 남고에 다니는 학생의 점수가 남녀공학에 다니는 학생의 점수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특히 수학에서 남학교 효과가 두드러졌다.
정보원은 서울 소재 289개 초중고의 학생 1만6,000명을 표본으로 삼아 2018년까지 학생의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변화과정을 매년 추적 조사한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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