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 홍보실에는 독특한 이력의 직원이 있다. '셰인의 미녀 통역사'로 일약 '얼짱 스타'에 오른 김소연(28ㆍ사진)씨다. 지난해 한 방송의 가수 오디션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이 방송되는 날엔 늘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던 인물. 캐나다인으로 한국 가수에 도전해 주목을 끌었던 셰인에게 날카로운 심사평을 침착하게 통역하는 모습이 방송을 타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아나운서 지망생이던 김씨는 이후 종합편성채널에 합격을 했지만 입사를 포기하고 증권사행을 택했다. 작년 11월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우증권 새내기 직장인이 된 김씨는 "대우증권의 시황 방송이 종편 채널을 통해 하루에 3번 전국으로 나가는데다 정년(만55세)이 보장 되는 정규직이라 증권사행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맡은 일은 시황방송 진행과 보도자료 작성, 사보 제작 등이다. 기업 홍보실에서 하는 일과 함께 본래 꿈이던 아나운서 일도 겸하는 것이니 한 기업에서 '투잡(Two Job)'을 뛰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매일 신문과 증권사 보고서를 읽으면서 방송 원고를 직접 쓰는데, 이화여대 경영학과 졸업 후 EBS 영어작가와 통역사로 활동한 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증권사 문을 두드리는 아나운서 지망생이 늘고 있다. 증권사들이 과거 아나운서를 계약직으로 뽑아 시황 방송에만 투입하던 것에서 벗어나 요즘은 홍보실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대우 외에도 삼성, 한화증권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정규직 아나운서들을 채용하고 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과거엔 사내 애널리스트와 홍보팀 직원이 돌아가면서 시황방송을 했는데 효율성이 떨어지고 시청자 집중도도 떨어진다고 판단해 원고를 직접 쓸 수 있는 전문 아나운서를 정직원으로 뽑고 있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지망생의 증권사행에는 방송사 아나운서의 신분이 불안한 것도 원인이 된다. 공중파를 제외하고 대부분 아나운서가 계약직이어서, 인기를 얻지 못하면 금세 방송가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리포터나 진행자(MC)로 활동하는 이들도 거의 프리랜서 신분이다.
증권사의 아나운서 채용이 늘면서 아나운서 준비 학원도 바빠졌다. 송진희 봄온아카데미 상담팀장은 "예전엔 우리가 수강생들에게 증권사 사내 아나운서라는 진로도 있다고 알려줬는데, 요즘엔 먼저 알고 찾아와 구체적으로 증권사 취업에 관해 질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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