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면 충돌이 빚어졌다. KT는 예고한 대로 10일 삼성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차단을 강행했고, 삼성전자는 가처분 소송을 내면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양 측간 힘겨루기로 20만 스마트TV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KT는 10일 오전 9시부터 인터넷 망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삼성전자 스마트TV와 연결된 인터넷 접속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T 인터넷 망을 써온 삼성 스마트TV 이용자들은 TV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할 수 없게 됐다. 주문형비디오(VOD)와 게임, 교육 등과 관련된 응용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내려 받기도 불가능해졌다. 값비싼 스마트TV가 사실상 일반TV로 바뀐 셈이다. 단, 기존의 초고속 인터넷 사용이나 일반 TV 시청은 그대로 가능하다.
현재 국내 삼성전자 스마트TV를 구입한 50여만 가구 가운데 KT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가입자는 20여만 가구로 추산된다.
KT 관계자는 "10일 오전에도 삼성전자 측에 인터넷 망 이용 대가에 대한 지불 의향을 물었지만 삼성전자가'협상할 생각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해 불가피하게 접속 차단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KT는 앞으로도 삼성전자의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경우, 삼성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 제한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도 역시 강경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울중앙지법에 10일 인터넷을 차단한 KT를 상대로 '인터넷 서버 접속 제한 행위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의도이다. 망 중립성과 관련된 현안 해결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주관으로 관련 업체가 지난 1년 이상 협의체 또는 포럼의 형태로 성실히 협의해 왔고, 이달 15일에 올해 첫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된 상태에서 KT의 조치는 납득할 수 없다는 뜻에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히 "KT는 무조건 망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며 삼성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망 중립 정책 결정 이후에 협의하자는 상황이었다"며 "이 와중에 KT의 일방적 조치는 망 중립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정신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 단초는 인터넷 망 사용 대가를 둘러싼 양측 간 이해관계의 충돌이지만, 방통위가 그 동안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 동안 1년 넘도록 망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망 중립성 및 인터넷 이용량(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라는 추상적인 기준만을 제시했을 뿐, 정작 중요한 스마트TV 이용 대가나 동영상 트래픽 측정 등 통신업체와 TV 제조사의 이해 관계가 얽힌 핵심 사항은 여전히 원점 상태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올해 총선과 대선 등 중요한 정치 일정이 예정된 가운데 현재 방통위원장까지 공석이어서 민감한 망 중립성 문제의 해법 찾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태 해결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그 사이 애꿎은 이용자들만 피해를 볼 전망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당장 어떤 제재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KT의 인터넷 차단 조치가 관련 법의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에 해당되는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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