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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 "진해 팔아먹었다" 김병로 前시장 vs 김학송 의원 틀어진 20년 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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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 "진해 팔아먹었다" 김병로 前시장 vs 김학송 의원 틀어진 20년 우애

입력
2012.02.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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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해가 요즘 '매향노(賣鄕奴)'논쟁으로 시끄럽다. 고향 선후배로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두 정치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로 소송으로까지 비화했다.

사건의 당사자는 진해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중진 김학송(52) 의원과 김병로(68) 전 진해시장으로, 발단은 이렇다.

지난달 30일 진해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모 단체 정기총회장. 총회가 끝난 뒤 김 의원은 선배인 김 전 시장에게 다가가"오랜만에 뵙습니다"라며 두 차례 인사를 했지만 김 전 시장은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자 김 의원은 "인사를 하는데 왜 받아주지 않습니까"라고 항의조로 말했고 김 전 시장은 "진해를 팔아먹은 ×한테 인사를 왜 받느냐"고 대꾸한 게 문제가 됐다. 이 발언으로 현장에서 한동안 두 사람간에 실랑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의원은"시장까지 지내신 분이 공식석상에서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막말을 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김 전시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누가 보더라도 치욕을 느낄만한 '막말'을 한 것이지만 김 전 시장은 사과할 뜻이 없는 모양이다.

김 전 시장은"개인감정이 아니라 진해주민들의 분노를 대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을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두 사람간에 '매향'(賣鄕) 다툼이 생긴 배경은 2010년 옛 창원ㆍ마산ㆍ진해 등 3개시에 대한 행정구역 통합문제다. 창원시로의 통합이 진해에 하등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본 시민단체들은 김 의원을 '매향의 주범'으로 몰아붙였다. '강제통합무효ㆍ진해시되찾기시민연대'(상임대표 조광호)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갖고 "김 의원이 진정 진해시민을 대표하는 의원이라면 주민투표 없이 진행된 이명박 정부의 행정구역 통합시책에 대해 부당성을 지적하고 반대해야 함에도 자신의 영달을 꾀하기 위해 진해시를 팔아 넘기는 만행을 자행했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서 있던 김 전 시장도 통합반대파로 결국 모 단체 정기총회장에서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원래 두 사람은 1991년 새누리당 전신인 민자당 소속으로 경남도의원에 나란히 당선돼 '호형호제'하던 사이다. 그러나 2000년 총선에서 김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지만 김 전시장은 무소속 후보였던 김우석 전 장관을 지지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갈라져 '불편한 관계'가 지속돼왔다. 김 전 시장은 1995년 새누리당 전신인 신한국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지만 재선과 3선은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사실 '매향'발언에 김 의원이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지만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 전 시장 역시 무소속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 일합을 겨룰 수 밖에 없다. 행정구역 통합문제는 내년 4월 총선이슈로 부각될 게 분명하기 때문에 김 의원도 통합의 정당성 역설에 적극적이다. 김 의원은 "행정구역 통합은 3개시가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총선 예비후보들의 분리 주장은 정치적 목적이 깔린 무책임한 억측일 뿐"이라며 "분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최근 '매향'발언과 관련, 고소인과 피고소인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총선과 맞물려 한때 호형호제 하던 두 사람의 불화는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참고로 현재 진해선거구에는 새누리당 3명,민주통합당 5명, 무소속 6명 등 14명이 예비후보로 등록돼 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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