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을 취소해 달라며 국민소송단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4대강 사업이 국가재정법을 위반해 위법하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앞선 여섯 차례의 관련 소송 판결과 배치된 것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핵심은 4대강 사업을 과연 예비타당성 조사 예외 사업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부산고법이 10일 판결에서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위법하다고 본 것은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의 경우 경제성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사업비가 22조원에 달하는 대형 국책사업을 진행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한 것은 국가재정법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앞선 법원의 판단과는 법 논리 구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그동안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4곳 모두 소송이 제기됐으며, 낙동강 1심 판결을 비롯해 한강 1ㆍ2심, 금강 1ㆍ2심, 영산강 1심 등 여섯 차례의 판결에서는 정부가 모두 승소했다.
이들 소송의 주체는 모두 다르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관건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 사업비 500억원이 넘는 공사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이었다.
앞선 판결에서 재판부들은 4대강 사업을 국가재정법 시행령이 규정한 예비타당성 조사 제외 사업으로 인정했다. 자연재해 예방을 위한 준설, 보 설치 등의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인 '재해예방 지원 등으로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 간주한 것이다. ▦경제ㆍ사회적 상황 변동이나 국방, 재해예방 등 긴급 필요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 제외 사업을 탄력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는 점 ▦현대사회에서 재난이 대형화, 복잡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점 ▦재난의 예방 및 복구가 유기적이며 순환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점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는 예산 편성을 위한 것으로 국민에게 직접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이 법원이 그간 정부의 손을 들어준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부산고법의 판결은 이런 종전 판결들을 뒤집은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법 절차를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됐다는 야권과 환경단체 등의 주장이 법원에 의해 일부 받아들여진 셈이다. 법원이 정부가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로 주목된다.
이번 판결 재판부의 고심은 '위법은 명백하나 사업 취소는 안 된다'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내리는 '사정판결'을 한 데서 드러난다. 사정판결이 내려진 최근의 예는 조선대가 제기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인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재판부가 2009년 4월 "전남대 로스쿨을 인가한 것은 위법하다"면서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이 있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부산고법 판결에 대한 국토부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앞으로 반대 단체가 상고 등을 통해 소송을 계속할 경우 적극 대응하여 4대강 사업이 국가재정법 등을 위반하지 않고 적법하게 추진 중임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 국가재정법을 위반하지 않았음은 그간 여러 차례의 판결을 통해 정리가 됐다"며 "이명박 정부 내 완공하기 위해 졸속으로 업무를 추진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4대강 사업의 전체 공정률은 90%, 본류 공정률은 96%이며, 정부는 연말까지 사업을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사정판결
원고의 청구 이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하게 공익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는 행정소송법 제28조 제1항에 따른 판결이다. 사정판결은 행정소송에만 있는 특별한 규정이며,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내려진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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