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해결자가 돼야 할 법관이 갈등의 당사자로 뛰어드는 것은 부적절하다. 사법부의 본질적 기능을 지키는 것이 법관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우선한다."(이상원 서울대 법대 교수)
"대법원이 일방적으로 규제를 하달하는 방식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 직접 개입하면 법관의 독립을 해칠 수 있다. 일선 판사들이 공개적ㆍ자발적으로 합의하는 방식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류제성 변호사)
법관들의 SNS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공개토론회가 10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열렸다. 판사들의 연구모임인 사법정보화연구회(회장 노태악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현직 판사들을 비롯해 변호사, 교수, 기자 등이 패널로 나와 '법원, 법관 그리고 소셜네트워크'라는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토론회에서는 법관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두고 패널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노동일 경희대 법대 교수는 "미국은 법관이 SNS에 사법부의 중립성이나 공정성에 의심을 품게 하는 글을 올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우리 사법부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상원 교수도 "법관의 SNS 사용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면서도 "사법부가 지켜야 할 중립성과 공정성을 고려하면 법관의 SNS 사용에 대한 기준은 일반인과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보다는 표현의 자유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류제성 변호사는 "법관의 표현의 자유와 독립, 전자민주주의와 같은 헌법적 가치가 먼저 보장돼야 한다"며 "진행 중인 소송 등 업무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한 가이드라인은 최소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SNS를 통한 판사들의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논쟁이 이어졌다. 이헌 변호사는 "법관은 국민 전체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이라며 "한쪽에 치우친 정치적 표현을 자신의 SNS를 통해 표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제7조를 인용하며 "헌법의 취지는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지 공무원의 중립성을 강제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내로 진입하려는 '사법피해자 모임' 회원들을 막기 위해 법원 경비원 10여명이 토론회장을 둘러싸는 등 한 차례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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