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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예술가가 여행하는 법' 세계 대도시의 삶, 자전거로 누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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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예술가가 여행하는 법' 세계 대도시의 삶, 자전거로 누비다

입력
2012.02.1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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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여행하는 법/데이비드 번 지음ㆍ이은선 옮김/바다출판사 발행ㆍ411쪽ㆍ2만2000원

데이비드 번은 1970, 80년대 미국 록 음악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방가르드 록 밴드 토킹 헤즈의 리더이자 영화감독이며 디자이너 겸 에세이 작가다. 환경보호 활동가이자 도시 계획가인 그의 또 다른 취미는 자전거 타기다. 체 게바라를 소재로 한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연상케 하는 'Bicycle Diaries'가 원제인 <예술가가 여행하는 법> 은 번이 전 세계 여러 대도시를 자전거로 여행하며 관찰하고 생각한 것을 기록한 책이다.

밴드 활동을 하던 80년대 초부터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해 온 그는 여행을 다닐 때도 어디든 자전거를 끌고 다녔다고 한다. "자동차나 다른 대중교통을 타고 다닐 때보다 거리의 삶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는 그의 관심사는 스포츠나 속도가 아니라 자전거가 안내하는 '도시'라는 거대한 책이다. 도시의 거리를 자전거로 지나가는 것은 "한 무리의 집단 심리 속을 여행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저자는 어릴 적 살았던 볼티모어 등 미국의 여러 도시를 시작으로 베를린, 이스탄불, 부에노스 아이레스, 마닐라, 시드니, 런던을 거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자전거로 달린다. 디트로이트 외곽에선 전후 베를린 같은 황량한 풍경을 목격하고 베를린에선 감시와 검열을 읽는다. 도시 안내서가 아니니 이 책에서 유명한 맛집과 관광명소를 찾는 건 헛수고다. 자전거 위의 여행은 도시와 사람들, 예술의 파노라마를 펼쳐낸다. 그 속에서 이따금씩 획일화된 건축물들, 도시의 이민자들, 산업화와 환경 같은 화제들이 고개를 내민다.

저자는 과거 "유토피아보다 아이러니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시와 사람들을 성찰하는 그의 화법은 아이러니와 위트, 풍자로 넘친다. 이 책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비판적인 관점 속에도 도시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 말미에 "도시의 삶을 관찰하고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커다란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라고 고백한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자칭 '데이비드 번빠'인 가수 장기하가 '추천의 말'에 적은 것처럼 당장이라도 접이식 자전거 한 대를 마련하고픈 생각이 들 것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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