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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최정 석패 통해 본 중국룰의 특징, 공배에 놓인 돌 집으로 계산하고 덤은 7집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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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최정 석패 통해 본 중국룰의 특징, 공배에 놓인 돌 집으로 계산하고 덤은 7집 반

입력
2012.02.1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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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황룡사쌍등배 1차전에서 전패를 당하고 나니 앞서 제1국에서 최정이 요시다 미카에게 반집패를 당한 게 너무나 안타깝다. 게다가 그 대국은 만일 한국식으로 계가를 했다면 최정이 무조건 이긴 바둑이었는데 중국식 계가법의 특수성 때문에 거꾸로 반집패를 당한 것이어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

최정의 대국 결과와 관련해 한국룰과 중국룰의 차이점에 대한 독자들의 질문이 많았다.

먼저 <1도>를 보자. 최정(흑)과 요시다의 실전 대국으로 백이 둘 차례다. 후수 한 집 끝내기까지 모두 마치고 좌변에 반패 하나와 공배(×) 열세 곳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지금 상태서 양쪽 집을 한국식으로 계산하면 흑집이 좌상귀가 사석 한 개를 포함해서 11집, 좌변 4집, 우하귀 10집, 우상귀가 백돌 한 개를 포함해서 34집이므로 모두 59집이다. 반면 백은 상변에서 중앙으로 이어진 집이 18집(흑돌 2개 포함), 우변 3집, 중앙 4집, 하변 일대 24집으로 모두 49집이다. 여기에 흑이 백돌 4개를 따냈고 백은 흑돌 6개를 따냈으므로 흑집이 모두 63집, 백은 55집으로 흑이 반 패를 양보해도 반면 8집을 남길 수 있다. 즉 한국식 계가법을 적용한다면 덤을 7집 반으로 해도 흑이 이긴다.

그러나 이번 대회서는 중국 룰을 적용하므로 문제가 생겼다. 중국 룰이 한국 룰과 크게 다른 점은 우선 덤이 7집 반이라는 것과 바둑을 마치고 계가할 때 한국 룰에서는 각자 사석을 들어내 상대방 집에 메운 다음 양측의 집 크기를 비교해서 승부를 가리지만 중국 룰에서는 사석이 아무 의미가 없다. 대신 흑백이 서로 확보한 집수와 반상에 살아남은 돌수의 합을 비교해서 승패를 따지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기엔 크게 다른 계가법 같지만 실제 대국에서는 어느 방식을 적용하건 계가 결과에 큰 차이가 없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승부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 한다. 이 바둑도 만일 백이 평범하게 마무리했다면 중국 룰을 적용해도 흑이 이길 수 있었다.

<1도>의 상황에서 중국 룰에 따라 형세 판단을 해보면 사석을 제외한 흑집이 57집이고 반상에 놓인 흑돌이 121개이므로 현재까지 확보한 집과 돌의 합계가 178이고 백은 집이 47, 돌수는 122개이므로 169다.

만일 지금 상황에서 선수를 잡은 백이 그냥 A에 둬서 패를 해소하고 나머지 공배(×표) 열세 곳을 흑백이 교대로 메우면 흑돌과 백돌이 각각 7개씩 반상에 더 놓이게 되므로 결국 흑은 185집, 백은 176집이 된다. 따라서 차이가 9집으로 덤 7집반을 제해도 흑이 1집반을 이기게 된다.

그러나 이 바둑에서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남은 공배가 홀수이고 반패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이를 교묘히 이용하면 공배에 놓인 돌도 집으로 계산하는 중국룰의 특수성 때문에 거꾸로 백이 역전승을 거둘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즉 <1도>에서 백이 당장 A에 두지 않고 계속 패를 버티면서 공배(×)부터 차례로 메워서 한 집을 더 벌어들인 다음 마지막에 A까지 잇는다면 거꾸로 백이 반집을 이길 수 있다. 그래서 당시 검토실에서는 혹시나 백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불행히도 세계대회 경험이 많은 41세 노장 요시다는 중국룰의 특수성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었다.

<2도>가 실전진행인데 1, 3으로 공배부터 메우기 시작한 게 정확한 수순이다. 결국 23으로 백이 마지막 공배를 차지했다. (13 19 … △, 16 … 10) 즉 백이 흑보다 돌 하나를 더 반상에 올려놓았으므로 한 집을 벌어들인 셈이다. 이제 흑이 둘 수 있는 곳은 반 패 자리(10) 밖에 없다. 최정이 일단 24(10)로 패를 따냈지만 불행히도 패감이 부족해서 이 패를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백이 27(△)로 되따내자 할 수 없이 흑이 패를 양보했고 백이 10 자리까지 잇고 나서 바둑이 종료됐다.

결과적으로 <1도>의 공배 자리(×) 13개 중 7개와 A까지 여덟 곳을 백이 차지했다. 반면 흑은 공배자리 여섯 곳 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백이 두 집 이득을 본 셈이다. 따라서 이제는 최종 계가 결과도 흑 184집, 백 177집으로 바뀌어서 집 차이가 7집 밖에 나지 않게 됐다. 덤이 7집반이므로 결국 흑이 반집을 진 것이다. (원래 중국 룰에서는 덤의 크기를 7집반이 아니라 '3과 4분의 3자'라고 표현하고 계가 방식도 상당히 복잡하지만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식으로 쉽게 설명했다. 이번 대국 결과도 정확히 중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백 4분의 1자 승'이다. )

따라서 이 바둑은 최정이 중국룰을 잘 몰라서 진 게 아니라 상대의 마무리 수순이 워낙 정확했기 때문에 뻔히 지는 줄 알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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