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바둑 사상 최악의 일주일이었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중국 장쑤성 장옌시에서 벌어진 제2회 황룡사쌍등배 세계여자바둑단체전 1차전에 출전한 한국팀이 뜻밖의 4연패를 당했다.
여자 명인 타이틀 보유자인 최정이 개막전에서 일본의 1장 요시다 미카에게 반집패를 당한 데 이어 이슬아, 박지연, 김혜민이 중국의 1장 왕천싱에게 차례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 선수가 1차전에 4명이나 출전하고도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건 사상 초유의 참사로 지난 7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치러진 정관장배에서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2010년 아시안게임 우승에 이어 정관장배, 궁륭산병성배 등 최근 몇 년간 개최된 세계 대회를 잇달아 석권했던 한국 여자 바둑이 새해 들어 뜻밖의 암초에 부딪친 셈이다.
반면 중국의 1장 왕천싱(21 · 2단)은 2국에서 일본의 요시다 미카를 물리친 후 3국부터 7국까지 이슬아, 무카이 치아키, 박지연, 야시로 구미코, 김혜민 등 한국과 일본 선수 각각 세 명씩 모두 여섯 명을 차례로 제압해 파죽의 6연승을 기록했다. 2006년 입단한 왕천싱은 2008년 중화풍경배 여자조에서 우승했고 2009년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 여자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9년 제8회 정관장배서 3연승을 거둔 데 이어 2010년에 전국체육대회 여자 프로조 금메달,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2011년 전국여자개인전 6위에 입상한 중국 여자 바둑계 유망주다.
왕천싱의 맹활약에 힙입어 중국이 초반에 6승을 챙기며 크게 앞서 나갔고 일본은 1승, 한국은 무승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 역시 과거 정관장배와 마찬가지로 한국과 중국이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일 것이라던 당초 예상이 크게 빗나가면서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역대 최악의 부진에 빠져들었다.
아울러 한국의 우승 가능성도 매우 희박해졌다. 1차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한국은 4월 6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재개되는 2차전에서 대역전을 노릴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팀의 남은 병력은 주장 박지은 한 명 뿐. 이에 반해 중국은 5명 전원이 건재하고 일본은 2명이 살아남았다. 대국 순서상 2차전 첫 판에서 중국 선수와 일본 선수가 대결하므로 한국이 우승을 하려면 박지은이 앞으로 여섯 판을 내리 이겨야 한다.
하기야 지난해 정관장배서 문도원이 초반에 무려 7연승을 거뒀던 것을 생각하면 박지은이 6연승을 하지 못하란 법도 없다. 더욱이 박지은은 최근 개최된 각종 세계 대회서 5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화려한 경력이 말해 주듯 특히 국제 무대서 더욱 힘을 내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연승전의 특성상 각 팀의 핵심 전력이 대부분 뒤쪽에 배치돼 있기 때문에 초반보다 후반에 연승을 거두는 게 훨씬 더 어렵다. 중국팀 주장 루이나이웨이는 물론 탕이, 리허 모두 내로라하는 강자들이므로 적지에서 이들과 홀로 맞서야 하는 박지은에게는 매우 어려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한ㆍ중ㆍ일에서 각각 여자 선수 5명씩 출전해 연승전 방식으로 패권을 다투는 황룡사쌍등배는 우승국에만 45만위안(약 8,0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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