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미국을 방문하는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방미 기간 중 미 프로농구(NBA) 경기를 관람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부주석은 또 다양한 비공식 일정을 통해 다소 경직된 이미지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과 달리 개방적인 지도자라는 점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이번 방미를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 시 부주석이 방미 일정 마지막 날인 17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LA레이커스와 피닉스 선스의 경기를 관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조 바이든 미 부통령도 동행한다.
WSJ에 따르면 시 부주석의 NBA 관람은 중국 측이 먼저 제안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미국 프로스포츠 경기 관람을 통해 시 부주석이 개방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지도자라는 인식을 대내외에 심어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나아가 중국을 경쟁 상대로 인식하는 미국인들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중국측은 기대하고 있다. WSJ는 “시 부주석이 스테이플스 센터(LA레이커스의 홈경기장)에 나타나는 것은 1979년 방미한 덩샤오핑(鄧小平)이 로데오 경기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쓴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는 또 시 부주석이 LA클리퍼스 경기를 보고 싶어 했지만 방미 기간 동안 클리퍼스가 경기를 치르지 않아 부득이하게 레이커스 경기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시 부주석은 지난해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방중시 이같은 요청을 직접 전달했다고 WSJ는 덧붙였다.
시 부주석은 이에 앞서 15일 자신이 관료 초년병 시절인 85년 가축사육 대표단을 이끌고 방문했던 아이오와주 머스카틴의 농가를 26년만에 다시 찾을 예정이다. 당시 시 부주석은 이곳에서 이틀 밤을 묵은 바 있다.
시 부주석의 NBA 관람은 ‘농구 외교’라는 측면에서도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시 미국과 중국의 대학 농구팀이 집단 난투극을 벌여 양국 관계가 악화한 것을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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