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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의장 사퇴/ 박희태 왜 사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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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의장 사퇴/ 박희태 왜 사퇴했나

입력
2012.02.0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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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의장직을 중도 사퇴한 박희태 국회의장은 올 초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터진 이후 서울 한남동 공관에 주로 머물며 사실상 잠행해 왔다. 7일 오후 모처럼 국회를 찾았던 박 의장은 기자와 우연히 만나 "시절이 어렵다. 조만간 보자"고 했었다. 당장은 사퇴할 뜻이 없고,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겠다는 뉘앙스였다.

실제 박 의장은 최근까지도 5월29일까지인 의장직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박 의장 스스로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 떼고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과 자신의 비서 출신인 고명진씨 등 보좌진이 함구하는 한, 검찰이 자신의 돈 봉투 사건 연루 사실을 입증하기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7월 전대 때 박 의장 측 돈 봉투 배달 임무를 맡았던 고씨가 '배후'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박 의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당시 박 의장의 상황실장이었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윗선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의장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박 의장은 이날 아침 전격적으로 사퇴를 결심한 뒤 한종태 국회 대변인 등 의장실 직원들에게 "이제 마음을 비웠다"는 뜻을 전했다. 친정인 새누리당에도 미리 사퇴 사실을 알렸다. 한 측근은 "박 의장은 '이미 다 끝난 마당에 여야에서 더 심한 사퇴 압박이 들어오기 전에 스스로 사퇴해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 주변에선 "고씨가 박 의장을 배신했다"고 원망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박 의장은 사퇴 성명에서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 모두 저의 책임으로 돌려 달라"고 했다. 박 의장은 10일쯤 고향인 경남 남해로 내려가 심경 정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박 의장 사퇴에 대해 여야는 냉정한 반응을 내놨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늦은 감이 있지만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황영철 대변인이 전했다. 민주통합당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헌정사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13대 국회부터 내리 6선을 한 박 의장은 신한국당 원내총무와 두 번의 새누리당 대표를 지내며 '정치적 화합의 달인'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치 9단', '총체적 난국' 등의 정치 표현을 만든 '정당 사상 최장수 대변인'(민정ㆍ민자당 4년 3개월)이었다. 하지만 정치 인생 24년 동안 쌓은 이 모든 정치적 영예를 뒤로 하고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박 의장은 이명박 정부를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음에도 18대 총선에서 낙천한 뒤 2009년 재보선에서 당선돼 2010년 국회의장이 됐다. 그는 이미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이고, 자진 사퇴하지 않는 한 18대 무소속 의원직은 유지하게 된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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